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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Oct 09. 2021

무시하면 안 되는 일

항공기, 항공엔지니어, 규정

현대의 항공기는 35,000 피트 상공에서 약 900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그래서 항공기의 동체에 흐르는 공기를 유연하게 흐르게 하기 위해 최대한 유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저항을 줄이기 위해 외부로 돌출되는 모든 부분도 최소화되어있다.

이런 항공기의 동체, 조종면, 그리고 날개는 많은 Access Panel 이 수천 개의 Screw로 장착되어 있다. 이 조그만 Screw들이 각종 패널들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 고속에서도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한다. 항공정비를 하는 정비사들은 근무를 하며 이 패널들을 수천번 장, 탈착을 한다.

패널들을 용도에 따라서 모양도, 두께도 모두 다르다. 패널에 장착되는 Screw 역시 패널의 금속 재료와 두께에 따라 다른 재질로 제작이 되고 패널과의 이질 금속의 부식을 방지하도록 되어있다.


'만일 항공정비사가 매일 이 Panel 들을 열고 닫으면서 원래 규격이 아닌 길이가 다른 Screw를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항공 엔지니어 자격증을 받기 위해 필수로 받는 Human Factor (인적 요인)에 나오는 한 중대한 사고를 들어 이야기를 하자.

오래전에 발생한 항공기의 사고로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지상에 접근 중에 갑자기 부기장 쪽의 Windshield 가 떨어져 나가면서 기압차에 의해 부기장의 몸이 조종석 창밖으로 빨려나가는 것을 잡고 비상착륙을 한 사례이다. 이 부기장은 허리가 부러지는 증상을 입었지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이후에 사고 조사를 하면서 발견한 내용은 당시의 조종석 Windshield를 교환했던 정비사의 사소한 실수로 인한 사고였다.


야간 근무에 들어와 Windshield 작업을 하면서 Screw의 길이를 보고 자재 관리부에서 원래 규격보다 약간 짧은 Screw를 대신 장착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잘못 장착된 짧은 Screw가 비행을 하면서 원래 Screw가 견딜 수 있는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면서 고속으로 인한 풍압이 Windshield 가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사고로 이어졌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매뉴얼과 규정을 벗어난 안일한 생각이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은 항공기의 점검을 하던 중에 누군가 날개 밑에 잘못 장착한 Screw 몇 개를 발견하고 교환했다.


'우리에겐 절대로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 될 사소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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