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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Oct 28. 2021

007 작전

항공, 비행, 자카르타


마지막 들어온 항공기를 돌아보고 한숨을 돌리려 차에 들어왔다. 잠시 눈이라도 감아보려 운전석 의자의 등판을 뒤로 재끼고 몸을 기대려는 찰나에 회사 휴대전화가 울렸다.


“미스터 진! 여권 가지고 있어? 바로 자카르타로 갈 준비 해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어.”


“아니. 여권이 집에 있는데.”


“상관없어. 집이 어디지? 집에 갔다 오는데 얼마나 걸려? 지금 바로 퇴근해. 나머지 항공기와 서류 처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께.”


매니저의 긴박한 목소리로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내가 퇴근하려면 우리 사무실과 주차장과의 거리가 차로 십분 거리다. 추가로 최소 15분을 합쳐 집에 갔다 오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 버린다.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퇴근을 위해 사무실 방면으로 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몇 분도 안되어 매니저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미스터 진! 주차장으로 가지 말고 사무실로 바로 와.”


사무실에 올라가자마자 매니저가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다고 그 차를 이용해서 집으로 갔다가 본사의 출발 수속 센터로 가라고 알려 줬다. 사무실에서 나와 바로 공항 밖으로 연결된 출구를 통과하자마자 밖에 BMW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지연을 막기 위한 매니저의 배려였다.


리무진 운전사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고 뒷좌석에 앉아서 오늘 비행 일정과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핸들링할 항공기의 비행 편에 대해 이메일을 확인했다. 차는 어느덧 집 앞에 도착하고 리무진은 내가 준비해서 나올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본사의 출발 수속 사무실로 데려다줬다.


사무실에서 승무원 명부를 받고 출국 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공항 오퍼레이션 매니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아래층에 내려가자 그곳에 다시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리무진으로 이동하는 동안 매니저로부터 몇 번의 전화벨이 울리고 내 위치를 몇 분마다 보고를 했다. 긴급 상황이긴 한가 보다.


항공기에 도착해서 바로 탑승교에 올라가니 지상 직원이 여권, PCR test 확인서, 그리고 백신 접종카드를 확인한 후에 탑승권을 받았다. 기내로 들어가자마자 사무장과 승무원들이 환호성을 쳤다.


“웰컴. 엔지니어. 드디어 오셨군요. 이제 출발할 수가 있네요.”


얼른 조종석에 들러 캡틴과 인사를 하고 내 좌석으로 가는 데 비즈니스석 손님들이 다들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출입문이 닫히고 출발을 위해 항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지금 출발한다고 마지막 보고를 했다.


“미스터 진!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잘 다녀와. 돌아와서 보자고.”


그렇게 나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007 작전 같은 긴급 출동 미션을 무사히 마쳤다.


리무진 안에서 자세한 상황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코로나 펜더믹 이후로 항공사 승무원이 출장을 가기 위해서는 출발 전 3일 전에 PCR test를 받아야 하는 데 이 비행 편에 배정된 엔지니어가 검사를 받기는 했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Test 결과를 제때 받지 못해서 이 상황에 코로나 테스트 결과 서를 받은 사람만이 이 비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는 이틀 전에 가족의 코로나 확진으로 가족과 함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최종 코로나 PCR test를 받아 음성 확인을 받았었다. 그리고 자카르타에는 있는 엔지니어는 내일 도착하는 항공기 기종에 정비 확인을 할 수가 없다. 그것 또한 내가 처리를 할 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내일도 다시 한번 자카르타로 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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