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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Nov 02. 2021

미친 듯이 날다.

항공기, 항공엔지니어, 항공사

 

오늘은 출근 첫날이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몸에 와닿는 온도가 제법 시원하게 느껴진다.  상쾌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근무 시간이 되어 PDA의 파워를 켜고 오늘의 근무 배정을 보려고 화면을 봤다. 띵띵 띵 울려 퍼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오전에 처리할 ㅂ항공기가 자그마치 여섯 대가 눈에 들어왔다.


불과 한 시간 반 안에 5대의 항공기가 출발하는 스케줄이 잡혀있다. 너무도 가혹하다. 여섯 대의 항공기가 불과 세 시간 반 만에 도착해서 출발을 한다. 이건 너무 과부하다. 코디네이터에게 전화를 걸어 조정을 해달라고 하려 하니 오히려 코디네이터가 내게 아쉬운 소리로 애걸을 한다.


"미스터 지! 오늘부터 A380 여섯 대가 추가로 투입되어 오전에 130편이 출발해야 돼. 맨파워가 없어. 나도 방법이 없어. 도와줘."


"그래 알았어. 어디 해보는데 까지 해보자고."


그리고 들어오는 항공기들을 맞이하려 게이트로 달려갔다.  숨조차 쉴 틈 없이 항공기들 사이를 누비면서 항공기의 상태를 살피고 다음, 다음, 그리고 다음 항공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후속조치는 메카닉에게 맡기고 돌아다녔다.


두대의 항공기의 타이어가 마모되어 교환할 메카닉을 요청하고 한대의 B777 항공기의 Crew Oxygen bottle을 교환했다. 이제 모든 항공기의 도착 상태 점검을 마치고 차례로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출발 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발생하는 비 정상적인 Fault 메시지가 뜨고 캡틴이 엔지니어를 찾았다. 상태 확인을 하고 시스템을 리셋하고 테스트를 마쳐 메시지를 클리어했다.


다음 B777에서 다시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고 엔지니어를 찾았다.  

EICAS에 'TAIL SKID SNSR CHNL 2 FAIL'


시스템을 리셋해도 메시지가 그대로 있다. 얼른 MEL을 살피고 관련 근거를 찾아 MEL을 적용하여 로그북에 정리하고 메카닉에게 출발을 맡기고 다음 A380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Anti Ice 관련 메시지가 떴다고 연락이 왔다. 해당 Anti-ice 시스템에 관련된 Circuit Breaker의 하드, 소프트를 리셋하고 시스템 테스트를 걸고 기다렸다. 3분에 걸쳐 테스트를 하는 동안 MEL을 살폈다. 테스트가 Fail 되어도 갈 수는 있다. 테스트가 끝나고 메시지가 사라졌다.


다음으로 타이어를 교환하는 항공기에서 마지막 타이어 볼트에 최종 토큐 치를 확인하고 교환 작업을 최종 확인 서명을 했다.


그렇게 여섯 대의 항공기가 무사히 하늘로 떠나가고 한숨을 돌리려는 데 다시 한번 오후 배당의 '띵띵 띵' 음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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