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Nov 06. 2021

항공기 주방에 홍수 났다.

항공기 주방, 엔지니어, 항공정비


정비 통제 센터에서 급하게 엔지니어를 찾았다.  이제 출발 시간이 딱 한 시간 반이 남았다. 차를 달려 인도의 댈리로 가는 B777에 올랐다.


이미 도착 해 있는  캐빈 메카닉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후방 갤리(주방)에 홍수가 났어요."


"어디서 물이 새는지 확인해봤어?"


"갤리 중앙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려요."


"그래? 자 여기 두 번째 오븐을 장 탈 해. 오븐 뒤에 드레인 라인을 확인해야 돼."


두 명의 캐빈 메카닉이 오븐을 장 탈 하는 동안 캐빈 엔지니어인 필리핀인 노웰이 도착했다.


"노웰! 오븐 장 탈 하고 뒤쪽 어디에서 새는지 확인해줘. 우리 팀은 갤리 아래쪽에 드레인 라인을 확인할 테니."


점검 후에 확인을 해보니 스팀 오븐의 물 공급 커플링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데 갤리 아래에 드레인 라인도 터져서 아래쪽에도 문제다.



보통 한 곳에서 만 문제가 있지만 두 군데가 문제여서 '난공불락'이다.


"진! 어떻게 할 거야? 난 다른 비행기로 가야 돼." 하면서 노웰이 슬그머니 상황에서 빠지려고 핑계를 대며 사라졌다.


이 상황은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면  규정대로 후방 갤리의 모든 물 공급 밸브를 닫아버리고 후방 갤리 전체를 못쓰게 MEL을 적용하면 간단하게 끝난다.


"오늘 이코노미 승객 몇 명이야?"

"160명이야. 그리 많지 않아. 비행시간 3시간이고." 하고 디스 패쳐가 귀띔을 해준다.


잠시 생각을 했다. MEL 대로 심플하게 처리하면 나는 편하다. 그리고 중간 갤리로 가서 오븐이 몇 개인지 확인했다.


"안돼. 이대로는 갤리를 살려보자. 중간 갤리에 오븐은 단 두 개뿐이야. 후방에는 6개의 오븐이 있다. 만일 후방 갤리 전체를 못쓰게 되면 손님들 식사가 제대로 준비가 어렵다.


메카닉을 불러 갤리를 살려보자고 어떻게 할지 작업 지시를 내렸다.


물이 새는 2번 오븐의 모든 라인을 분리하고 물 공급 밸브를 모두 열고 오븐을 30분간 작동시켜 누수를 지켜봤다. 다행히 더는 누수가 없다.


후방 갤리의 드레인 라인은 막아버렸다. 두 개의 ADD를 로그 북에 기록하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후방 갤리의 기능은 2번 오븐과 드레인 라인을 제외하고 모든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사무장을 불러 브리핑과 비상시의 상황 조치 절차를 알려줬다. MCC에도 조치 상황을 보고 하고 내려오니 승객들 보딩이 시작됐다.


그렇게 항공기는 무사히 댈리를 다녀왔다.


# ADD : Acceptable Deferral Defect

# Galley: 항공기 주방

# MCC: Maintenance Control Centre (정비 통제 센터)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중동 항공사들의 선두 경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