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릴까 봐 걱정이에요

감정 예민형

by 작가 앨리스


“조금만 틀려도 금세 울어요.”

“발표하라면 손을 아예 안 들어요.”

“조금 삐뚤어지거나 색이 번지면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하겠대요.”


6살 로이는 평소에도 꼼꼼하고 성실한 아이였습니다. 영어 시간에 알파벳 따라 쓰기 활동을 할 때, 로이는 ‘y’의 꼬리가 기준선보다 조금 길어졌다는 이유로 계속 지우고 다시 썼습니다. 친구들이 이미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동안에도 로이는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것만 고치면 돼요.”

선생님이 “로이야, 괜찮아. 다음에 다시 해보자.” 하고 다정하게 말했지만, 로이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연필을 들었죠.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 완벽히 끝내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실패’라고 느껴졌던 겁니다.


감정 예민형 아이들에게 실수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위협처럼 다가옵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까지 맺히는 이유는, 틀리는 것 자체보다 그 감정이 너무나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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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리아는 수업 참여도가 높은 아이였습니다. 손도 잘 들고, 노래도 큰 소리로 부르던 아이였죠. 그런데 어느 날 단어를 잘못 읽은 뒤, 친구들이 웃자 리아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리아는 발표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크게 놀리지 않았지만, 리아는 그 웃음이 자신의 실수를 향한 비웃음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았습니다. 발표를 피하고, 시선이 닿지 않게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런 예민한 성향의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해줄 수 있는 일은, 실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아이가 인식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은 리아와 같은 아이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선생님이 이 먼저 일부러 작은 실수를 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일부러 "I goed to the zoo yesterday."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에이, 그거 아니에요! ‘I went to the zoo yesterday’라고 해야 해요!" 하며 바로잡아줍니다. 교사는 웃으며 "그렇지, 선생님도 가끔 헷갈리기도 하고, 모를 때도 있어. 그래서 너희랑 함께 맞는 문장을 찾아서 고치면 되는 거야. 틀려도 괜찮아!"라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실수도 배우는 과정의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아이들은 점차 편안한 마음으로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또한 주말이나 방학 후 수업에서는 “What did you do this weekend?” 또는 “Where did you go?”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영어로 말하게 유도합니다. 아이들은 “I go to Emart. I buy toy.”처럼 신나서 대답해 줍니다.

이럴 때 교사는 “얘들아, 이 문장도 좋은데 어떻게 고치면 더 좋을까요?” 하고 아이들과 함께 정답을 만들어갑니다. "I went to Emart. I bought a toy."라는 문장을 완성한 뒤, “You guys did a great job!” 하고 칭찬해 주면, 아이들은 틀려도 함께 고치고 배워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덧붙였습니다.

“맞아~ 선생님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어. 계속 배우는 중이야.”


이 활동을 며칠 반복하자, 리아도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고, 마침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발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감정 예민형 아이들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새로운 언어를 말해야 하는 영어 수업 시간은 이 아이들에게 긴장과 두려움의 무대가 될 수 있어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건, ‘틀렸을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 아이들은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에 대한 반응, 즉, ‘부끄러움’, ‘실망’, ‘혼날까 봐 두려움’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실수나 실패를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연결 짓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가 부족해서 틀린 거야.”

“또 틀리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이 마음속을 지배하면서, 도전보다 회피를 택하게 되는 것이죠.

감정 예민형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실수나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틀리면 금세 울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위축됩니다.

* “틀렸어”라는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을 수 있어요.


2). 평가받는 상황에 불안을 느낀다.

* 발표, 시험, 경쟁 같은 상황에서 긴장하거나 말문이 닫힙니다.

* 친구들의 시선이나 반응에 매우 예민합니다.


3). 완벽하게 하려는 욕구가 크다.

* 색칠이 조금 벗어나도 지우고 다시 시작하거나,

* 글자를 한 줄이라도 삐뚤게 쓰면 끝까지 고치려 듭니다.


4) 칭찬보다는 ‘공감’에 안심한다.

* "잘했어!"보다 “떨렸을 텐데 해줘서 고마워” 같은 말에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 감정을 먼저 인정받는 것이 행동 변화로 이어집니다.


5.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 ‘틀리면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도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시작하기 전에 “이거 맞아요?”, “틀려도 돼요?” 같은 확인을 자주 합니다.

6. 자기비판적 경향이 강하다.

* “난 왜 이렇게 못해?”, “다시 해야 해” 같은 말을 자주 하며,

* 자신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7. 감정 기복이 빠르고 강하다

* 기분이 좋을 땐 활기차지만, 작은 좌절에도 금세 침체됩니다.

* 감정 회복이 느린 편이며, 격려와 안정적인 분위기가 필수입니다.


이 아이들은 섬세한 감정 안테나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따라서, 빠르게 반응시키기보다, 안정적으로 지켜봐 주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 감정 예민형 아이를 위한 영어 수업 전략

감정 예민형 아이는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틀릴까 봐’ 멈추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지시나 격려보다 감정의 안정을 먼저 만들어 주는 수업 전략이 필요합니다.


1) 1단계. 감정 허용의 메시지를 반복하세요.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시도한 것만으로도 멋져.”

“선생님도 엄마도 친구도 다 실수할 수 있어.”


이런 말들이 자주, 일관되게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속 ‘실수=위험’이라는 믿음이 천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2) 2단계.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기.

“끝까지 해줘서 고마워.”

“틀려도 다시 해보려는 네 마음이 멋졌어.”

“정답보다 더 멋진 건 네가 시도한 용기야.”


감정 예민형 아이는 결과보다 감정적인 반응에 예민하므로, 무엇을 해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를 인정받을 때 훨씬 편안해집니다.


3) 3단계. 실수를 공유하는 교사 모델링

교사가 일부러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고쳐보게 하는 활동은 효과적입니다. 아이는 선생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보며, 틀리는 경험에 대한 긴장을 조금씩 내려놓게 됩니다.


4) 예측 가능한 루틴 수업

매일 반복되는 간단한 영어 표현(날씨, 요일, 감정 상태 등)을 정해진 순서대로 반복하면, 아이는 미리 대비할 수 있어 불안이 줄어듭니다.


5) 짝 활동 또는 개별 작업 중심 수업

다수 앞에서 말하는 활동보다는, 친구와 조용히 짝을 이루거나 혼자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이 더 안정감을 줍니다. 불필요한 긴장을 줄이고, 자신만의 속도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6) 칭찬보다 공감 중심 피드백

“와, 대단해!”보다는 “조금 떨렸을 텐데 용기 내줘서 고마워.”

“처음이라 어려웠을 텐데 끝까지 해줘서 멋졌어.”

이런 말이 감정 예민형 아이의 마음에 진짜 위로가 됩니다.


감정 예민형 아이에게 영어 수업은 단순한 언어 학습 시간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표현해도 괜찮다는 신뢰를 쌓는 시간입니다. 실수도 배움의 일부라는 걸 경험으로 느낄 때, 이 아이들은 비로소 입을 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

이 말들이 아이의 불안을 녹이고, 도전의 마음을 깨워줍니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짜 영어 교육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하나의 문장에서 열립니다.


“괜찮아, 그냥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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