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짝사랑 그녀가 기어코 그를 울렸다

내 남자의 눈물

by 작가 앨리스
ChatGPT Image 2025년 6월 28일 오후 01_14_35.png

남편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아무래도 내가 딸을 잘못 키운 것 같아.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 진짜 말도 하기 싫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평소엔 딸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지던 그였다. 그런 남편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남편을 달래야 했다. 서둘러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딸은 턱을 괴고 무심하게 말했다.


"엄마, 이미 말했잖아. 내 번호도 일이 많아서 바쁘다고. 아빠 거랑 섞이면 너무 복잡해진다고 했잖아."


"아빠가 얼마나 너 신경 쓰고 도와줬는데,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야겠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딸의 목소리에 섞인 짜증이 가슴을 콕콕 찔렀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이렇게 고집을 부릴까.


그날 밤, 퇴근한 남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딸과 마주 앉았다.

"너 어릴 적 아토피 때문에 밤새 울며 긁던 걸 누가 달래줬어? 늦은 밤 홍대까지 누가 너를 데리러 갔고,
네 굿즈 판매한다고 상품 포장까지 누가 도왔어?"


"아빠, 그건 그때고 지금은 달라요."


"뭐가 달라? 나는 네가 이렇게 매몰차게 나올 줄 몰랐다. 내 일 좀 도와주면 안 되냐?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남편의 목소리가 흔들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딸도 크게 뜬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빠 일은 아빠 일이잖아요. 저도 제 일이 중요하다고요."

짧고 긴 적막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남편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고 나갔다.


그날 밤, 나는 남편과 딸 사이를 이어 주기 위해 나섰다.

"여보, 우리 애도 이제 다 컸으니까 자기 생활이 중요한 거지. 서운해도 좀 이해해 주자."

"알지. 근데 내가 좀 서운해서 그래. 그렇게까지 했는데..."

남편의 말 끝이 흐려지며 눈가가 젖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자주 울컥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딸에게도 다시 조용히 말했다.


"네가 어릴 때 아빠가 얼마나 너를 소중히 키웠는지 알잖아. 이번 한 번만 아빠 부탁 들어줄 수 없겠니?"

딸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방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나온 두 사람의 표정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엄마, 저도 아빠한테 너무했던 것 같아요. 번호 쓰는 거 허락했어요. 대신 연락은 한 달에 두 번까지만 하기로요."

"그래, 나도 좀 욱했어. 얘도 자기 생활이 있는 건데."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졌다.

딸아, 조금만 더 아빠 마음을 알아주렴. 네 아빠도 이제 갱년 긴가 보다.

밤이 깊어진 후 남편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서운했던 거야?"


남편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냥 이제 나도 지쳤나 봐. 다들 나 도와주는데, 딸만은 그렇게 못하겠다고 버티니까 속상해서."

그의 목소리에 묻어난 서운함과 억울함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남편은 최근 들어 퇴직 후를 대비한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가족 모두가 조금씩 협조하는 가운데, 유독 딸만이 자기 일이 바쁘다며 난색을 보였던 것이다.

"걔가 그렇게 매정하게 굴 줄은 몰랐어."

남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딸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그 애는 자기 작품과 연계해서 굿즈 상품을 팔고 있었고, 번호가 섞이면 혼란스러울까 걱정하고 있었다.


저녁에 딸을 붙잡고 말했다.

"너, 아빠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말해주면 안 될까?"


딸은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말했다.

"앞으론 좀 더 노력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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