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지기 친구

엄마가 많이 아파

by 작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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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친구와 산행을 하는 날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직장과 공부를 병행했고, 결국 에너지가 바닥나 20대 후반부터 30대 내내 심하게 아팠다. 한동안은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등산이었다. 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면 그녀의 산행에 함께했다. 그녀는 누구에게 함께하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건강을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박함으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요즘 그녀의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지 70일이 지났다. 친구는 회사 운영과 어머니 돌봄을 병행하며 다시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처방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오롯이 자기 시간을 갖는 것. 80대 노모를 돌보다 보니 이제는 자기 손가락마디조차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고 한다.



뇌졸중은 전신 마비를 동반하기에, 발병 후 한 달 안에 회복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친구는 남편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의 몸을 주물렀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손목과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게 됐다. 재활병원에 24시간 개인 간병인을 들였지만, 그녀는 매일 한 번씩 어머니를 찾아가 마사지를 해드린다.


앉을 수도, 걸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어머니를 보며 친구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산행 내내 나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만나면 한 달치 삶의 무게를 쏟아내는 그녀. 멀리 사는 언니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친구인 우리 사이엔 거리낌이 없다.


얼마 전, 70일 만에 어머니가 '안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죽을힘을 다해 '안녕하세요'라고 했지만 '안녕'만 또렷하게 들렸단다. 마치 막혔던 호수관이 터지는 듯한 그 말에 친구는 차 안에서 목놓아 울었다고 했다. 그래, 엄마가 돌아오고 있구나.


또 하루는 어머니가 '아 파 요'라고 외치셨단다. 양한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대침을 꽂자, 어머니가 쥐어짜듯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친구는 다시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나와 그녀는 막내다. 친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가 안 계셨고, 삶의 절반 동안 두 명의 형제를 먼저 떠나보냈다.


나는 오빠와 부모님을 먼저 잃었다. 우리는 국민학교 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랐다. 50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네가 옆에 있어서 참 좋다. 고맙다."


피붙이보다 더 피붙이 같은 친구. 산길의 굽이굽이를 걸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치고, 흠뻑 땀을 흘렸다.


땀을 흘린 뒤에는 늘 가던 추어탕집에서 건강한 한 끼를 함께하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각자의 안녕을 기도하며 헤어진다.


건강하게 잘 살자, 친구야.



산길을 내려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그 손길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친구일 때 가장 따뜻하다.


친구와의 오랜 인연이 내 삶의 등불이 되어주었듯, 나도 누군가의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함께 걷는 길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그녀의 어머니가 다시 걸을 수 있기를, 친구의 손이 다시 힘을 얻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의 내일이 조금 더 환해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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