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vs '갓'엄마
갓, 설렘과 두려움의 다른 이름
요즘 “갓생”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성실하고, 대단하고, 누구보다 잘 살아내는 사람에게 붙는 말이다.
“갓재석”, “갓작(최고의 작품)”, “갓클래스” 최고를 뜻하는 찬사처럼 쓰인다.
소위 작가의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에서의 '갓'은 모든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에 대해서 말한다(p.71)
진짜 ‘갓’은 언제나 처음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킨, 모든 ‘이제 막’의 순간을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주로 쓰는 ‘갓’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원래부터 사용되어 온 부사로, 다른 하나는 신조어로.
소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온갖 떨림과 설렘을 간직한
단어가 바로 ‘갓’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갓’을 또 다른 의미로 쓴다.
“갓생을 산다"라는 말은 인생의 정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말한다.
아이러니하다.
하나는 시작점, 다른 하나는 절정.
이렇게 다른 두 감정이, 같은 단어 안에 들어 있다니, 놀랍다.
나의 ‘갓’ 중 설렘이 두려움을 이긴 순간들을 떠올려 봤다.
내 인생에서 ‘갓’의 순간을 돌아보면,
가장 떨리고, 가장 벅찼던 그때.
갓 연애를 시작했을 때,
설렘은 두려움을 한참이나 앞질렀다.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가슴이 뛰었다.
갓 직장인이 되었을 때,
첫 출근길의 긴장보다
명함을 건네던 순간의 기쁨과 뿌듯함이 더 컸다.
그리고, 갓 엄마가 되었을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아이와 눈을 맞추며 처음 웃어줬을 때
그 순간의 설렘이 모든 걸 녹여버렸다.
그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쥐는 힘이 어찌나 세었는지
나에게 온전히 의지해 오는 듯했다.
잘 키우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하게 했다.
두려움이 설렘을 덮어버린 ‘갓’도 있다
물론 모든 ‘갓’이 반짝이지는 않았다.
26살, 이민 가방 두 개를 끌고
'갓' 캐나다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건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갓'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문을 열던 순간,
하늘이 노래질 만큼 무서웠다.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 순간 설렘은 개뿔, 이 고통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더운 어느 여름날,
갓 끓인 뜨거운 물에 덴 둘째 아이가
숨이 넘어가게 울부짖던 순간—
그때의 '갓'은 안절부절 그 자체였었다.
인생은 수많은 ‘갓’의 총합이다.
돌이켜 보면,
삶은 끊임없는 ‘갓’의 연속이었다.
갓 시작한 일, 갓 배운 것,
갓 느낀 감정들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들의 ‘갓’을 바라보는 일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느낀다.
갓 걸음을 뗀 순간,
첫 100점을 맞고 시험지 휘날리며 뛰어오던 날,
갓 사춘기에 접어든 불안한 눈빛,
갓 원하던 대학에 떨어져 통곡하던 날
나는 이제,
다른 이의 ‘갓’도 지켜보며 살아간다.
당신의 ‘갓’은 언제였나요?
처음이라는 건 늘 낯설고, 무섭고, 벅차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생생하다.
그 많은 '갓'이 모여 각자의 '서사'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갓’을 지나고 있을까?
삶은 새로운 '갓'의 순간들을 무한히
창출해 내는 마법을 부린다.
- 소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p.74 -
‘갓’이라는 단어가 나처럼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건 당신이 다시 치열하게 살아내는 중이라는 반증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갓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