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와 얽히기 시작한 날
항공기록 하나가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며칠 전, 서울행 비행기를 검색하다 우연히 오래된 항공 탑승기록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12월 17일 출국, 2월 7일 귀국.
잊고 있던 숫자들이 갑자기 나를 그 시절로 끌어당겼다.
그곳은 낯선 나라, 내 의지가 없는 시작이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머니 손을 잡고, 동생과 함께
아버지가 머물던 그 나라의 숙소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나라, 처음 마주한 이질감.
분명 1달 3주였지만, 그 시절은 마치 수개월처럼 느리게 흘렀다.
어린 마음에 그곳은 신기하면서도 이상하게 갑갑했고,
자유롭지만 어쩐지 감옥 같기도 했다.
나는 몰랐다, 그 나라와 내가 이렇게 얽힐 줄은
그때의 나는 몰랐다.
9년 뒤 내가 성인이 되어 혼자 그 나라에 다시 가게 될 줄은...
그리고 방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독을 삼키게 될 운명이었다는 것을...
그 나라와의 인연은 한(恨)과 기쁨, 외로움과 성장,
모든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삶의 매듭이 되었다.
작년에도 나는 그 나라에 다녀왔다.
내가 3년 머물렀던 그 도시도 함께..
여전히 낯설고도 익숙한, 내 운명이 엮인 공간이었다.
기억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나는 정신없이 사진첩을 뒤졌다.
그 시절, 웃고 있는 나와 부모님, 그리고 동생.
사진 속의 표정은 밝지만 내 마음엔 씁쓸함과 아련함이 교차했다.
그 나라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지금의 나를 계속해서 부르고 있는 것 같다.
그후 내가 한때 오랜 시간 족쇄이자 낙인이라 느꼈던, 한편으론 이제 나한테 익숙해지고 편한 그 나라에서의 과거를 회상하며 글로 풀어내겠다는 나의 다짐을 다시 한 번 새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