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로빈 던바는 옥스퍼드 대학의 '인지 및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거의 8년 전에 읽었던 책이고 책장에 먼지가 쌓인 채로 꽂혀있길래 오랜만에 꺼냈다.
이 책은 수많은 유인원들 중에 우리의 종이 고릴라와 침팬지가 가까운 친척이고 긴팔원숭이는 먼 친척이라는 걸 알게 해 주고 어떤 유인원은 왜 진화하고 어떤 유인원은 왜 멸종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생물학적인 조상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뿐만이 아니라 모든 유인원들이 프로콘설과라는 종의 후손임을 알려주는 귀중한 책 중에 하나인데 아직 구매할 수 있어도 베스트셀러는 아니었고 대중이나 나의 머릿속에서 잊혔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중에 분명히 좋은 책이 많다.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판매 10위권 이내 또는 20위권 이내에 들어가지 못하는 책이라고 해서 그 누구도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와 같은 중요한 지식을 가진 책들도 순위권 밖이지만 분명히 좋은 책들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홍보나 마케팅이 잘 안 되었거나 예산이 많지 않았거나 기존의 순위를 사수하고 있는 책들이 좋은 책들이라서 가판대에서 밀려나 책장에 꽂혀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순위만 만들지 말고 '아이디어셀러'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해서 사람들에게 누적 판매량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이나 지식을 주는 책들을 주기적으로 노출시켜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