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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Sep 27. 2023

다윈의 <종의 기원>은 우생학을 만들 의도가 없었다.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화론이라고 하면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을 떠올린다. 그리고 진화론과 비슷한 생각은 찰스 다윈의 이전 시대에도 싹이 트고 있었다. 즉, 진화론의 대부이자 증명한 자 중에 핵심 인물은 찰스 다윈이 맞지만 진화론에서 잘못 파생된 우생학을 만든 사람은 다윈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녹아있는 <종의 기원>이 낳은 주류 진화론이 우생학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엄밀히 말하자면 진화론을 접한 자들 중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만 해석을 덧붙여서 만든 것이 바로 '우생학'이다. 


성전을 자신에게 필요한 대로 편집하는 사이비들이 존재했듯이 우생학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몰라서 이러한 이론들을 잘못 해석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생학은 영국의 유전학자 골턴이 자신의 사촌형인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을 읽고 1883년에 만든 이론이고 유사 과학이다. 사전에 따라서 설명하자면 '유전 법칙을 응용해서 인간 종족의 개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생학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끼리 만나서 자녀를 나으면 더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으로 선별 및 개량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종의 기원>은 다윈이 남미와 갈라파고스 제도 등을 탐험하고 연구하면서 쓴 글이며 한 번 읽어본 바로는 인간을 '우생학'으로 분류하자고 주장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물론 우생학을 인간의 집단을 나누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품종을 개량한다는 목적이 있다. 하나 IQ가 높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게 아니고 같은 IQ라도 재능을 어디에 두었는지에 따라서 누가 더 높은 IQ를 가졌는지를 논하기에 그 기준이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다.


골턴이 우생학을 대표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골턴 이전에도 우생학은 존재해 왔다. 심지어 진화론 이전부터 존재했는 데에 과거의 스파르타에서는 장애인이나 기형아를 죽이거나 무리에서 버리는 일이 그 증거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또 신체는 멀쩡함에도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던가 성인이 된 이후에 정신병을 앓게 된 사람들도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반영되었기도 했다. 동성애자에게서 나온 자녀도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유사 과학에 가까운 생각들이 많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첨언하자면 무엇보다 지능적인 우수성을 가진 IQ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우등하다고 말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일반적이거나 평균치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차별이나 견제를 받는다는 점에 있어서 정말 인류가 더 지적으로 더 뛰어난 품종(?!)에 속하는 평균을 뛰어넘는 천재들을 숭배하거나 차별하는 일들을 보면 우생학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정말 우생학을 머리로 이해해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당시에 유행이었던 우생학을 단지 비판적인 사고가 없이 받아들여서 뛰어나지 못한 비우생한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나 결혼을 규정으로 막은 게 아닐까 싶다.


우생학의 맨 앞에서 한 글자를 떼어서 보면 '뛰어날 우'인데 그렇다면 비우생적인 일반인들이나 장애인이나 기형아들은 살 가치가 없다고 몰아갈 수도 있는 이론이다. 사회 복지 차원에서나 진짜 과학의 관점에서나 보면 비슷하다는 뜻도 그 기준이 애매하지만 비슷한 인종이나 유전자의 수준을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해서 자손을 낳는 것보다 다양한 인종과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끼리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면 더 다양하고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태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유전자의 다양성이 반드시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법은 없다.


이번 글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은 우생에 대한 기준을 똑바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생한 사람들'과 '비우생한 사람들을 나누는 기준 역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생학을 진짜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학의 정의를 다시 바로 잡고 정말로 본인의 주장이 맞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과학'의 사전적인 정의는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생학은 보편적인 진리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서양에서는 스파르타 시절부터 장애인이나 기형아를 죽여왔다면 그들의 후손들 중에서는 장애인과 기형아가 태어나면 안 되었지만 아직까지 장애인과 기형아는 태어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우생적인 사람들의 외모나 체형이나 지능만 따져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DNA나 EQ 지수나 환경 호르몬과 미세 플라스틱 축적되는 정도 등등... 자라온 환경을 통해서 다양하고 많은 지표를 통해서 누가 더 우수한 인이고 누가 더 덜 우수한 인간인지를 추측은 할 수 있어도 인생의 전체에 옳고 그름을 우생학으로는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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