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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06. 2023

의학도 중요하지만 과학도 중요하다.


최근에 의대 열풍이 뜨겁다. 지금은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과학고등학교들은 설립 취지가 과학을 발전시키고 연구하는 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부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의사 숫자가 많이 부족한 소아과 의사가 늘어나는 것이나 이 경제 불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적으로 의대에 가는 것이 생존의 가치에서 봤을 때에는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의대만큼이나 과학도 중요하다. 의대를 가기 위해서 미적분과 같은 이과 수학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수학을 아예 포기하고 나머지 과목만을 공부하는 경우도 있으니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다.


이과 수학은커녕 문과 수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과형 머리'를 타고난 천재들이 부럽지만 만일 이들이 이과 수학을 재밌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공부하는 것이라면 과연 의대로 모두 쏠리는 것이 좋은 일일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좋은 것이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서 자학과 자해를 하지 않는 선에서의 공부를 말한다. 만약에 스트레스만 받지 않고 행복하게 이과형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면 만류가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그런 머리라면 과학도 능히 이해할 수 있는 두뇌의 소유자일 것이다.


의대가 열풍인데도 불구하고 과학이 좋아서 과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과학도들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과학에 적합한 인재들이 의대에서 사람들을 많이 살릴 수 있다면 의대로 가도록 놓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신에 과학자들과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겨우 끌어낸 과학에 대한 열풍이 사라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과학 예산도 줄어든 마당에 기초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든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초전도체에 대한 연구, 양자컴퓨터 개발 완성의 순위, 우주의 기원에 대한 탐구, 기상 예보나 군사적인 목적에서 쓰이는 인공위성의 숫자에 대한 부족이라든가... 군사 선진국들이 AI가 탑재된 무기들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에 우리 안보가 크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한 가지의 우려는 과학 공부에 대한 장학금까지 뱉어내면서 의대로 인재가 쏠리게 된다면 의사들이 과연 일할 수 있는 장소보다 의대생들이 더 많아져서 무한정 대기해야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의대를 준비하는 것처럼 초등학생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을 준비한다면 우리나라 과학계에 큰 보탬이 되고 과학 선진국이 될지도 모른다.


의대에 대한 관심이나 학구열을 줄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또 머리 숫자만 많아진다고 과학계의 질이 높아진다고 할 수 없다. 국가나 정부가 과학계에 해줄 수 있는 일은 의학계가 주는 메리트가 과학계에도 있어야지만 국민들이나 학생들이 과학계에 관심을 갖고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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