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아들에게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다.
아들이 있는 부대에는 성당 미사가 토요일에 집전되기 때문이다.
성당에 가는 날은 행복해 보인다. 본인 업무와 별도로 임명직 천주교 군종병 역할도 수행한다고 했다.
언젠가 아들에게 왜 그리도 열심히 성당미사에 가는지 물어보았다. 아들은 ‘신과 약속을 했기에 미사에 빠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던 중 2017년 늦가을 신장암 판정을 받고 병가를 내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복직하여 잘 지내다가 2021년 봄에 신장암이 전이가 되어 다시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내가 두 번째 수술을 받을 때 아들은 학업과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 성당에 가서 하느님께 약속하였다고 한다.
‘주님, 저 앞으로 절대 미사 빠지지 않을 테니까 제발 아빠 좀 살려주세요.
시험 합격하는거, 성공하는거 안 바랄게요.
그냥 아빠만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주 안 빠지고 성당 갈게요’
아들이 하느님께 매달리는 기도문은 부대 군종 콘텐츠 공모전에 출품한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아들은 성당에 가겠다는 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 같았다. 언젠가는 독감으로 도저히 성당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는 미사를 드린 것을 보고 아들의 진실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내가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여 두 번씩이나 수술을 받음으로써 아들이 아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의젓한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도 자식들이 내 건강 문제로 신경을 쓰게 해서는 안 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딸에게는 더욱 미안할 뿐이다. 아들이 군에 있는 동안 사고로 다리까지 다쳐서 큰 수술을 하고 지금 6개월째 휠체어를 타고 있다. 종로구 인왕산 아래에 살고 있어서 삼성서울병원이 있는 일원동까지는 상당한 거리이기에 병원을 수시로 다녀야 하는 치료과정이라서 직장생활을 하는 바쁜 딸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고맙다.
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주 성당을 다니는 아들과 아빠의 건강을 염려하는 딸을 봐서라도 휠체어에서 해방되어서 혼자 산책도 하고 지하철도 타고 운전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