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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육군으로

입대를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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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들 시험 발표가 있는 날, 아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아들과 함께 병문안 다녀오는 길, 차 안에서 아들이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빠 안 되었어요" 말하는 순간 심장이 덜컹하였다.

"할 수 없지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중얼거렸지만 운전대를 잡은 손은 땀이 나고 있었다. 순간 자동차 안은 정적이 흘렀다.


한참후 아들은 병무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들은 "해병대에 입대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전화 상대방이 "나이가 있어서 확인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를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다.

남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군복무를 마치고 나이 31세이면 직장에 다니고 결혼도 하며 아이까지 있는데 아들은 아직도 병역의무도 마치지 못하고 공부만 하고 있었다. 아니 시키고 있었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군대에 가고 싶어 했다. 이순신 장군 같은 군인을 동경하며 그림을 그리고, 블록으로 만든 탱크와 전투기를 가지고 하루종일 놀았다. 운동을 좋아해서 군대도 해난구조대와 같은 특수부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은 준비하던 시험을 얼른 붙고 군대에 가려고 했지만 계속 낙방하며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나와 아내가 아쉬운 마음에 아들을 붙잡고 있었다. 군대에 가고 싶은 아들의 간절한 마음을 부모가 반대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후회만 남았다.


아들이 원한 해병대는 나이 때문에 지원하지 못하고 육군으로 입대하게 되었다.

아들아!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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