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번 주는 계속 한파주의보 발령 소식!”
아들이 전역하는 날 2025년 1월 9일 목요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연일 방송이 나왔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올해 가장 추운 날이 제대하는 날이네, 신병교육대 입대할 때도 엄청 더웠는데’ 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였기 때문에 딸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차를 운전하여 아침 일찍 아들 부대로 갔다.
기다리는 내내 날씨는 영하 15도였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넘었다. 딸은 날씨가 추운데도 차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위병소 너머로 군인들이 줄을 서서 오는 모습이 보였고 언뜻 무리 중에 아들 모습이 보였다.
차창 밖으로 듬직하고 멋진 아들이 다가오더니 트렁크에 있는 휠체어를 꺼내어 차 문 옆에 놓았다. 나는 순간 ‘내가 나갈 필요가 있을까?’ 혼자 생각하는 중 차량 문이 열리면서 “아버지 내리세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 왜 내려. 그냥 가자” 아들은 “아버지! 잠깐만 내리세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얼떨결에 나는 어렵게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탔다.
아들은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군인들이 모여 있는 앞으로 가더니 군인들에게 “우리 아버지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순간 당황하며 깜짝 놀랐다. 나는 “안녕하세요. 추우신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면서 휠체어를 탄 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느새 아들과 함께 전역하는 동기의 어머님도 모시고 와서 내 옆에 서 계셨다.
아들은 제식을 맞춰 모인 부대원들을 향하여 ‘부대 차렷’,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를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하였고, 부대원들은 아들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필승’하고 경례하였다.
나도 거수경례로 ‘필승’을 하여 경례를 받아주었고,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하였다.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어느새 간부인 군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아드님이 군대 생활을 정말 잘 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아드님을 군대에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면서 ‘필승’ 경례를 하는 것이었다.
이 추운 날 생각지도 않은 부대원들의 인사를 받고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부대원 한명 한명 서로 안고 인사를 하는 동안, 한쪽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숙이는 군인이 보였다. 고개를 든 군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들을 포함하여 부대원들이 다가가서 다독이며 서로를 보고 울다 웃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들이 나이 31살에 이등병으로 군대 생활을 시작하여 나이 33살에 병장으로 전역하는 날 이런 훈훈한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