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저는 내일 휴가 출발을 앞두고 연등을 하며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밤공기가 선선해지고 새벽이슬이 맺히면서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 군 생활도 이등병 시절을 지나 전역을 앞둔 병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간다’는데 저는 군대에서 보낸 세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빠르고 행복하게 지나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히려 여기 이 공간, 제가 맡은 업무, 이곳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 떠나기 아쉬울 정도입니다.
아버지도 그러셨을까요? 아버지가 지금까지 들려주신 군 생활과 제 군 생활을 빗대어 보면 저도 아버지를 닮아 군 생활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피는 못 속여서 아버지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인지, 어릴 적 아버지 무용담을 들으며 무의식 속에 아버지처럼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아버지는 제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후임들을 돌보며(?) 자식 교육의 어려움도 간접적으로 느끼지만, 제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지혜가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어려운 위기를 만났을 때 좌절하고 회피하는 후임들을 보며 그들이 우리 아버지 같은 부모를 만나 “전화위복, 새옹지마”를 들으며 자랐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남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길을 개척하는 아버지를 보며 니체가 말한 ‘초인’이 떠 오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제가 한 때 아버지에게 모진 말을 해 심장에 비수를 꽃은 말이 많았지만, 저도 아버지를 닮아 화가 날 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항의하듯 내지르는 것 같습니다. 죄송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지만 진심으로 역경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에 찬란한 빛을 선사하는 아버지가 존경스럽고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제 아버지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4. 10. 15.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