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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억제제

거부반응 잠재우기

폐이식을 포함하여 모든 장기이식 환자들이 필수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

이 약은 몸에서 면역반응을 인위적으로 억제 시키는데 사용되는 약물로, 장기이식의 거부반응 억제 때문에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다.

나의 주말 저녁은 항상 일주일분의 약들을 소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래야 월요일 아침부터 당장 약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아침9시, 저녁9시로 정해져 있고, 무슨일이 있어도 그 시간을 꼭 지킨다.

약의 종류는 많다.

스테로이드, 셀셉트, 프로그랍, 위보호제, 비타민, 골다공증약 등등...

이 약들은 용량을 조절해 가며 평생 복용 해야 한다.


수술후 처음 면역억제제를 복용 할때는 밥도 잘 못먹는 상태여서 먹기만 하면 토했다.

어거지로 한알 한알 먹어 놓으면 도로 토하고, 다시 먹고 또 토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할 정도로 고단한 시간들이었다.

스테로이드는 아침 저녁으로 먹고 있는데 이 약이 참 고맙고도 얄미운 존재이다.

이 약으로 인해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지만 약 복용 초기에는 정말 얼굴이 무섭게 붓기 시작 했었다.

먹고 조금 있으면 얼굴이 서서히 부푸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몸은 말랐는데 얼굴이 점점 커지는것 같은 느낌이랄까?

수술전 내 얼굴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죽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힘든게 없다고 누누히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나도 그 말씀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던것 같다.

수술을 받고 죽음에서 살아 돌아 왔는데도 나에게는 감사함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수술자국과도 40일만에 대면 하였던걸 생각하면 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것 같다.

엄마가 씻겨 줄때에도 목욕탕안에 커다란 전신거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외면하며 보지 않았다.


나에게는 뭐랄까?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와 시간이 필요 했다.

정말 너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도대체 감사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숨을 쉬고 살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세상은 나에게 핑크빛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참 철딱서니 없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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