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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녀 1남중 장녀

울언니

언니와 나는 연년생이다.

엄마는 언니를 낳고 그 다음해 나를 낳았다.

2년 뒤에는 여동생을 낳았고 또 2년 위에는 남동생을 낳았다.

터울이 얼마 지지 않아 나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 끼게 되었고,

나도 어린데, 엄마는 여동생과 남동생을 연달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언니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수술후 중환자실 무균실 앞에서 구슬프게 울었던 이는 바로 언니였다.

언니는 아팠던 나를 위해 자신의 남은 생명의 절반을 뚝 잘라 나에게 주고 싶다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너 뭐 돼?!!)


그러고 보니 언니는 내 결혼식날에도 울었다.

그 날은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결혼식 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글쎄 그 안에서 언니가 울고 있지 뭔가?

엄마아빠도 안우는데...


나는 어린 시절 부터 엄마보다 언니를 더 좋아했다.

잘 때도 항상 언니 옆에서 잤고 언니가 가는 곳은 다 따라 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 했을때(그 때는 국민학교 였다)

내가 언니보다 한 시간 일찍 수업이 끝났는데도 집으로 가지 않고

언니네 교실로 찾아 가서 언니가 수업을 받는 한 시간 동안 책상밑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함께 집으로 가곤 했다.

(하도 찾아 가니까 언니 담임 선생님도 포기 하는 듯 했고 나중에는 그냥 체념 하셨다)


살면서 기쁠때나 슬플때나 언니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수용하며, 불편한 것을 해결하고, 원하는 것을 채워주며

그렇게 언니는 지금도 내 주변을 늘 등불 같이 지켜 주고 있다.



사실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고 내가 가장 먼저 목놓아 불렀던 사람은 남편도 엄마도 아닌 바로 우리 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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