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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여행

딸랑구와 소설을 쓰고 오다

지난달 4월 딸랑구와 단둘이 목포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가 결혼 하기 전 나름대로 추억을 많이 쌓아 놓자 해서 한 번씩 둘이 나가곤 했었는데

이번 여행 목적지는 전남 목포였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으로 제주도행 배를 타기 전 잠깐 들렀던 목포를

근 몇 십여년 만에 다시 가게 된 것이다.

다만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는 길가에 가랑잎만 굴러가도 웃어대던 새파란 여고생이었고,

지금은 50대 초반 장년의 나이든 모습으로

그렇게 방문하고 보니, 흐르는 세월 앞에 정말 장사없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목포는 유달산과 바다가,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전라도 군산과 좀 많이 비슷하다 라는 느낌이 있다.

근대역사관, 목포항, 목포해상케이블카 등 볼거리, 탈거리도 누리고

TV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팜유 3인방이 갔던 그 소고기집에 가서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여정을 이어 가려고 체크아웃한 이후

차 안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딸아이와 단둘이 하는 여행을 여러 차례 다녀봤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처음에는 사소한 이야기가 소소하게 시작 되었고

그러다가 결혼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의견 충돌과 다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요즘 MZ세대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좀 많이 있었고,

우리세대(오렌지족과 X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딸아이는 세대차이로 치부해 버리는것 같았다.

(너무 생소할 만큼 결혼 문화가 많이 바뀌어 있었고 나로서는 그게 잘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


흐르는 세월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던 가교를 호기롭게 걷어차낸것 같다

이제 와서 고백하면 어른인 내가 좀 더 여유있게 받아들이고 참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서 서로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쏟아 내게 되었으니

집에 도착 했을 즈음에는 둘 다 울어서 급기야 두눈이 붕어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여행은 엉망진창이 되어 우리 둘 모두에게 서러움과 자괴감을 남겨 주었다.


나는 정말 이해심이 부족하고 편협한 엄마인지도 모르겠다.

결혼날짜를 잡고 보니 이것도 서운하고, 저것도 서운하고...

딸아이라고 왜 나에게 서운한게 없겠는가?

서로 꾹꾹 눌러왔던것이 터진건지도 모르겠다.


며칠동안 서로 침묵하며, 냉전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어서 딸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대화를 나눠보니 딸아이는 이런 내 마음이 어떤건지 이미 잘알고 있었고

아이가 내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니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코끝이 시큰해 지며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정작 아이를 보내는 날, 주책맞게 눈물콧물 쏟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친한 지인 한 분은 눈물이 쏟아질까봐 딸아이 결혼식날 아이의 눈도 바라보지 않고,

인사받을때도 외면하며, 울지않기위해 이를 앙다물었다고 했다.

이를 너무 악물고 있어서 턱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언니의 심정이 십분 이해 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흔들리는 마음을 탄탄하게 수련할 날이 10여개월 남짓 남아 있다.

부지런히 수련에 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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