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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공원

나는 아픈 기억이 있는 대전에 가고 싶지 않았다.

대전에서 전주로 사는 곳을 옮긴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이사를 결정하기까지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사를 하지 않으려고 버티던 내가 고집을 많이 피웠기 때문이었다.


시아버님은 내가 투병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암으로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고,

전주에는 시어머니 혼자 남게 되었는데, 원래 겁이 많은 분이라 무서움을 더 타셨다.

서울에 있는 시누집에 3~4개월 계시다가 내려왔는데

그 사이에 애지중지 키우셨던 화분들이 모두 말라죽었다.

정착을 못하고 떠돌던 어머니를 위해 남편이 결단을 내리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대전 생활을 청산하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남편의 고향인 전주로 이사하게 되었다.


전주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고, 올해로 이 곳에 정착한지 딱 10년째가 되어 간다.


얼마전 우리가족은 1박2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여행장소를 물색하다가 불현듯 대전으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우리가 살던 집과 동네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조금 있었던것 같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ㅇㅇ동에도 가보고,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이랑 학교도 가보았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하던 동춘당 공원에도 가서 10여년만에 그 자리를 한바퀴 돌아 보았는데

춘향이 그네가 사라진것 외에 그 사이에 변한건 그닥 없는것 같았다.

자주가던 쇼핑몰도 그대로였고 심지어 아이들이 아플때마다 가던 이비인후과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한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우리 가족이 외식할때마다 자주가던 닭갈비집에 가서 점심도 먹었는데

사장님 머리에 하얀눈이 내린것 외에는 장소도, 맛도 여전했다.

(그 사이에 사장님 따님이 결혼을 하여 손주가 둘이나 생겨버렸다^^)


대전은 내가 아팠던 곳이기도 했고, 나에게는 많이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기도 해서

솔직히 말하면 이사 후에도 잘 가지 않았고, 잊고 싶어 했던 도시였다.

나에게는 대전이 슬프고 가슴아픈 도시로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해서 였는지는 몰라도

그 날의 대전은 우리를 그야말로 추억돋게 했음을 고백한다.

그 곳에서 우리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냈고, 그 옛날 처음으로 집을 마련 했으며, 아이 둘을 키워냈던 삶의 터전이었다.



반나절을 그 곳에서 보내고 꽉채운 마음을 붙든채 우리는 대천으로 향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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