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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씨 아저씨

안동권씨 장손인 내남편

아빠와 시아버지는 대학교 동창이다.

대학동창 다섯명은 결혼을 하고도 부부동반 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 갔으며 자녀들이 태어난 후에도 그 모임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만나서 결혼했다.

나의 권씨 아저씨를...

양가 부모님들의 압박과 권유와 회유로...


권씨 아저씨는 나보다 무려 6살이 더 많았으나 동안의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특유의 유머와 화법으로 나를 사로 잡았다.

그는 말이 청산유수였으며 남다른 재치를 겸비하고 있었다.


처음에 엄마아빠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만남에 울고불고 했던 나는

그 울음이 무색하게도 따뜻한 권씨 아저씨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 했다.

그는 그 당시 유행했던 사오정 시리즈를 기가 막히게 펼쳐놓는 남다른 어휘력으로

나를 넘어가게 만들었으며,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말한마디 하지 않는 아빠와 비교하면 더더욱 남다른 인물로 깊숙히 다가왔다.

뭐든지 정리되고 반듯해야만 하는 아빠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차를 타는 순간 하루종일 쓸고 닦아내는 반짝거리는 아빠의 차와 완전 반대로

모든 물건이 널부러져 있는 장면을 본 후 나는 이 남자가 더 마음에 들기 시작 하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빠와 완전 반대인 이 남자가 좋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생활 26년동안 그의 정리못하는 무질서함으로 고통받은 나임을 고백한다^^)


그렇게 6개월만에 일사천리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나는 권씨 아저씨의 등골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살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와이프의 질병으로 인해 오랜시간 노동으로 혹사 당하며 끊임없는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그 분에게 심심찮은 위로와 그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그는 나와 수많은 투병기간을 함께하였으며

동시에 나에게 가장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되어 주었던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오빠였고

수많은 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했던 나에게 아낌없는 물질적 후원을 베풀어준 키작은 아저씨이기도 하였다


비록 그의 인생 중반은 아픈 마누라로 인하여 어둡고 암흑같은 시간을 보냈다면

그의 인생 후반은 아름답고 따뜻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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