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이식을 하기까지...
그 날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둘째아이 돌사진을 찍고 돌아오던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11층까지 걸어올라가야 했다.
남편이 아이를 안아 먼저 올라갔고
나도 올라가야 했지만...
웬일인지 그 날 나는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뭔가 많이 이상하다!!!
숨이 너무 차다!!!
사실 그 증상은 임신했을 무렵부터 꾸준히 느껴지긴 했다.
나는 몸이 무거워 임신 기간중 숨이 찬거라 여겼고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아이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아기띠가 쪼여 숨이 찬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네병원과 지방대형병원을 거쳐 수도권 3차병원에서 결국 "림프관평활근종"이라는 희귀난치질환을 진단 받았다.
림프관평활근종은 주로 가임기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희귀 폐질환으로, 폐와 림프계통에 영향을 주는 진행성질환이다.
인구 약 10만 명당 1명정도의 발병률을 보이며 주로 백인여성에게 더 흔하게 발견된다고 한다.
병의 원인은 아직도 완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방법도 없다.
여성호르몬이 질병 진행에 영향을 미치며 그래서 임신중 증상이 더욱더 악화 된다.
나에게 이 폐질환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으며,
8년만에 어렵게 얻은 둘째아이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병이 더 악화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 중병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는 주인공이나 그 가족들이 충격을 받고 오열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일단 실감이 잘 나지 않았고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 병명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선생님께 병명을 외우기 어려우니 종이에 써달라고 말씀드리고 종이쪽지를 손에 꼭 쥐고 나와서 걸었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임종 연구분야의 개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정하기까지 5단계의 심리 변화를 거친다고 하였다.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나도 이 과정을 지난하게 건너 왔던것 같다.
마지막 수용의 단계에 와서야 모든것을 다 내려놓고 나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 당시에는 그저 담담하게 기다렸던것 같다.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 놈을...
그러던중 EBS "명의" 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폐이식이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백효채교수님을 TV로 뵙고
남편과 나는 다니던 병원에서 보따리를 싸 교수님이 계시는 병원으로 전원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 때만 해도 폐이식에 관해 전무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식에 대해 반신반의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남편과 가족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상황중에 무엇에라도 매달려 볼 동아줄이 생긴것에 환호하였으며 우리는 거기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 되었다.
폐이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