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넓은 집 담장 너머 마당 한 켠 가만히 놓인 자리 허공은 웃음과 울음을 그곳에 재워둔다 절반으로 잘려 허물대는 오래 묵은 슬픔은 머플러만 남겨 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삶의 허리쯤 쓰다듬던 길들이 쓰러진다. 시간이 음악을 들으며 폐로 들어온 악보들이 믿기지 않아 확인하고 침묵을 기다린다. 떠나는 길목 마다 지키고 선 진실을 둘둘 만다 어깨에 지고 데려가는 시늉을 하더니 곧 그 자리에 다시 놓아버린다 이제 안착한 곳을 떠나 들판으로 옮아간다 밀려 나오거나 스스로 떨어진 바닥에서 멀어질수록 소리는 크고, 비밀 하나가 얹힌다. 자리마다 반짝이는 덧칠된 것은 무엇인가 오래 기다리다 겨우 차지한 안락한 자리에 곧 이어 일어나야 하는 ‘띵동’ 소리. 다대포서 노포 오는 동안 서면 쯤에서 한자리 잡아야 하는데 기회를 놓친 뒤에 헉헉 대는 숨 어둡고 긴 계단을 오르면 표류 끝에 살아남은 꽃들이 창살에 흔들린다





지하철을 타는 것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타지 않으면 안되는 구간이 있어 가끔 타곤 한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이 없으면 괜찮지만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정말 힘들다 지옥철이라는 말은 참말이다

그나마 부산이고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빠른 이동 수단에 가성이 갑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하철이 아니어도 되는 구간은 굳이 지하철을 선호하지 않는다 땅속을 달리는 것도 유쾌하지 않고 창밖이 없다는 사살이 싫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면 창박의 검은 공간에 두고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그 검은 허공에는 못할 생각이 없다 오래된 기억부터 주변에서 흘러 드는 낯선 냄새 낯선 목소리 이런 저런 낯선 것들이 엄습하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핸드폰을 보가 눈이 아프면 그냥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그나마 자리에 앉았을 가능하지만 서 있어도 별달리 할일이 없으므로 청하는 일은 대체로 비슷하다

때로는 사람들의 신발을 옷을 표정들을 살피기도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함부로 타인에게 눈길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눈뜨고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은 핸드폰보기 잠자기 검은 창밖 바라보며 숨쉬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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