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속에 들어있는 시인의 영혼
아래로 흐르는 침묵의 낱알이 숨결과 하나 되는 시. 바람과 친구하고 하늘에 꿈 밭 일구던 그들의 세상에 나도 흔들리며 깊숙이 마음을 들여놨다
껍질이 없는 달팽이처럼 빗속을 유영하는 몸짓으로 단단한 물방울을 잡았다. 길게 늘어선 후미진 그림자에는 언제나 유혹이 없다 하루의 남긴 잠들은 눅눅한 살갗을 뚫고 나와 거리를 뒷걸음질한다 맨바닥에 기대면 만가닥으로 흘러내리는 둥근 소용돌이. 비어있는 속이 차 잘 익은 누룩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덩그라니 놓인 화덕에 둘러앉은 그을음이 오랜 시간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간다. sooty 수티 숯티 숯가루 그을음. 그 옆에 성처럼 쌓아 둔 그릇에 추억의 꺼스럼이 자욱하다 겹겹이 껴입은 거을음은 빛나는 곳 안착하여 추억을 차단한다
폭포수처럼 부서지다 저 홀로 흩어지는 불의 껍질을 만진다 간지럽다 뜨겁다 눈물겹다 그랬다 그래서 오래 행복했다 머리 위로 해의 눈물이 쏟아진다 맑은 눈물. 혼잣말처럼 詩는 느티나무 황녹색 꽃 위의 텃새와 눈을 맞추고 그들처럼 무너지지 않을 말의 집을 짓는다
시를 쓰는 마음이 어떤지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 처음 언제부터 시라는 것을 쓰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생각했다 시심은 늘 느닷없이 찾아온다 한걸음씩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훅' 하고 난데 없이 큰 걸음으로 마음으로 들어온다
때로는 당황스러워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놓치기도 한다 시를 쓰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은 언제나 시심을 찾는데 일관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잘 하는 일이 되고 잘 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사는 걱정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좋아하기만 하는 단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의 손을 잡을 때 그 첫마음을 기억하기로 했다 설레고 다정하고 따뜻한 친구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