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그리고 모성의 그림자, 나무
그날 이후 자신의 아랫도리도
한달에 한번 봉숭아에 물이 든다는 것을 안
그 가시내의 전생은 감꽃이었다
뒷간 앞에서도 하얀 속살을
대지에 선물할 줄 아는 감꽃이었다.
-강달수, 「감꽃」일부-
여자들은 은밀한 곳에 붉은 영산홍 한그루씩
키우나 보다
신 오른 그 나무 달마다, 마음 구석구석
불씨 당기고
-김승기「월경」일부
많은 민족들 사이에 나무는 여성, 모성으로 상징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뿌리는 항상 지하의 물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대지의 어머니로 받아들여졌다. 정신분석에서 나무는 자주 어머니와의 관계, 정신적, 영적 성장이나 사멸과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융 학파인 리델은 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신체를 나타낸다고 한다.(Riedel, 2000)
김승기의 「월경」『시와 사상』(2004.가을)에서는 신 오른 여자의 모습을 영산홍으로, 그 여자의 월경을 꽃으로 그린다. 그리고 강달수의 「붉은 감꽃」『부산시인』(2004.가을)에서는 감꽃을 신기내린 가시내의 전생과 그녀의 월경에 대하여 그려낸다. 두 편의 시에서 모두 여자의 神氣와 여자의 生理를 영산홍, 감나무와 관련짓고 있다. 그리고 꽃은 대지를 향해 뚝뚝 떨어지거나 스스로를 헌신하는 제물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 시에서 상징되는 나무는 탐스럽게 몸을 지탱하는 당당한 나무가 아니라 기다림에 지치고 자신을 내던지는 희생으로 새겨진다. 상처받고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나무는 생명력, 에너지를 상징하는 하늘과 저승을 향한 길로도 표상된다. 그것은 남자의 정기(精氣)인가 하면 동시에 아기를 낳는 모성을 갖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