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해거름의 풍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조하리(Johari, Joseph Luft와 Harry Ingham 두 사람의 이름을 결합한 단어)는 ‘마음의 창’에서 인간의 마음 즉, 소통의 심리구조를 네 가지로 나누는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잘 알려진 ‘열린 창’(public 공공영역)이 그 첫째이며, 이는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경우에 해당된다

두 번째로, 자신은 잘 알지만 상태에게는 숨겨진 영역인 ‘숨겨진 창’(private 사적 영역)으로 자기개방을 두려워하며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로 얕은 인간관계로 고독감을 느낀다

세 번째, 자신도 모르고 타인도 잘 인지되지 않은 ‘암흑의 창’(unknown 미지영역)은 심층 무의식의 세계를 의미하며, 심리적 상처로 자기표현을 꺼리거나 남이야기에 무관심한 편이다

네 번째는 자신은 잘 모르나 타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것을 ‘보이지 않는 창’(blind 맹목 영역)으로 명명하고 이는 독단적이며 아둔하고 자존감이 낮으나 자기주장이 강하게 나타난다




뼈만 남은 말들이 허공으로 내달린다

발굽에 짓밟힌 노을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 위에 앉은 해골이 쏜

검은 화살에 심장을 맞은 태양이 까맣게 시들어간다

불 탄 나무들이 서성이는 언덕엔

시신을 태우는 향불이 오르고

음습한 동굴에서 구름을 몰고 온 박쥐들의 비명에

춤추던 인형들이 쓰러진다

잔잔히 흐르던 비파의 선율이 끊겨진 절벽

들쥐들이 강물로 흘러간 후

교수대엔 초승달이 매달렸다

술잔을 뛰어넘고,

입술과 입술을 넘나들던 전염성의 앙상한 말들이

내달리는 텅 빈 거리를

갈비뼈가 드러난 사냥개들만 서성인다

그림자가 쏜 햇살들이 구멍 난 숲으로 쏟아진다

독이 묻은 별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벼랑을 내달린 산이 어둠 속으로 침몰한다

-김기덕 「해거름의 풍경」





위의 시 「해거름의 풍경」에서는 말(馬)과 말(言)의 이중성을 통해 말의 의미를 찾아간다 ‘암흑의 창’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뼈만 남은 말’들이 ‘허공’으로 달리는 이유를 화자는 알 길이 없고 그 말조차도 화자의 마음 상태와는 무관한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골이 쏜 검은 화살’ 까맣게 타들어간 태양, ‘음습한 동굴’ ‘박쥐들의 비명’에서는 죽음과 어둠을 암시하고 상징하는 의미로 드러나며 ‘선율이 끊겨진 절벽’ 교수형에 매달린 ‘초승달’ ‘전염성의 앙상한 말’에서도 희망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텅빈 거리’ ‘갈비뼈가 드러난 사냥개’‘구멍난 숲’‘독이 묻은 별’이 떨어지고 ‘산이 어둠 속으로 침몰한다’에서 나타나는 색깔들은 대부분 검은 빛을 띠거나 음습하거나 혹은 아랫쪽을 지향하며 부정성을 띤다 이는 심층적 무의식의 상태에서 바라보는 사물과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으로 화자가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는 스스로에게조차도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깊은 내면의 상태를 표출하는 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도 적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 내면의 표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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