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이 세 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소설가 안수길(安壽吉) 선생은

한없이 엷은 심성이었지만

옳고 그름에는 단호했던 성미

깡마른 몸집 그 어느 구석에서 그 같은

날선 비수가 번득이는지

다시 한번 얼굴 쳐다보게 만들었고


시인 구상(具常) 선생은

정겨운 웃음빛 폭넓은 가슴으로

온갖 궂은 일 모두 담아내며

허허,

마냥 예수처럼 살려고 했고

시인 김광섭(金珖燮) 선생은

열어 논 대문 안으로

뉘나 없이 제집 드나들 듯 했으나

비켜서는 인심에도 묵묵부답

때마다 나는 내 이 그릇이

얼마나 작은가를

깨우치게 만들었다

지금은 세 분 다 저 세상에 계시지만

나 죽는 날 그곳에 가서도

그분들 그늘 아래 들 수 있을는지

-김시철 「이 세 분」




불교에서는 불성을 지닌 존재로 부처 나한 보살을 든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여러 성격적 특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도교에서 보면 인간은 모두 덕을 지닌 존재라 누구나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도인이 될 수 있으며 이 자질은 생래적으로 갖추고 있다

유교의 교리에 따르면 인의예지의 4가지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인간도 모두 성현군자가 될 수 있다 기독교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은 존재이므로 예수가 지닌 특징을 모든 인간도 본성으로 지닌다 이들 종교는 각각 서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모든 인간이 행복하고 생산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인간의 본성을 지녔다고 언급한다

「이 세 분」에서 화자는 세 분의 지인이 지닌 성품과 개성을 열거하면서 그분들의 천성과 성정을 자신의 왜소한 인품에 비교하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게 자신의 성정을 반성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시에서는 각각 ‘한없이 엷은 심성이었지만 옳고 그름에는 단호했던 성미 그리고 정겨운 웃음빛 폭넓은 가슴으로 온갖 궂은 일 모두 담아내’는 성품과 ‘열어 논 대문 안으로 뉘나 없이 제집 드나들 듯 했던 세 분의 천성과 인간미에 대해 화자는 감각적 기호성으로 언급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화자는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작은가를 깨우치고 죽어서도 그분들 그늘 아래 들 수 있을지에 대해 반성하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본래적 기호성에 관하여 이성적 자세로 언급한다

화자는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에 대해 정서적으로 공동체의식을 지니며 이들을 객관적으로 관철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장단점을 되짚어보는 가운데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프롬이 말하고자 한 그들과 공유하려는 사회적 정신적 공동체적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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