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서 되살아난
여인의 남편
집안에서 그녀를 위해
간병사 요리사 그리고 허드레꾼으로
일인삼역을 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못 떼고 그녀가 이렇게 닳도록
보고 또 보고 어루만지다
이런 사랑의 존재를
평생 몰랐던 남편
인생 말년에 사랑의 정점을 향해
오늘도 그녀를 부축하며 순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김승곤 「순애殉愛」
다산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인간 본성의 요소로 보고 또한 이를 욕구 발전의 동기로 보아왔다 그는 인간의 성정을 구체적인 정서나 욕구를 중심으로 보는데 다만 힘써 서(恕)를 행함(强恕而求仁)으로써 인을 구한다 구인을 영원히 쉬지 않는다(恒久而不息)고 하였으며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중심 기제를 성(性)이 아닌 심(心)으로 놓는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교육을 통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오감을 통해 감각하는 우리는 누구나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을 지니며 행동이나 성품 특성은 환경과 교육의 영향으로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어떤 사람으로든 변화하는 데는 상당한 가능성을 지닌 잠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순애殉愛」에서는 뇌경색에서 혼수상태를 겪고 깨어난 사람이 여인인지 여인의 남편인지 표현상으로는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시에서 오늘은 아픈 그녀를 부축하며 순애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보면 아마도 남편이 아픈 아내와 함께 하는 모습으로 읽혀진다
인간의 본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버림을 추구하라고 한다. 이 말의 의미처럼 화자는 쓰러져 아픈 아내를 위해 희생 모든 것은 버리고 상대를 세우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순수하다 마음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묵묵히 행하는 그 마음이 소중하다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일에는 통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일 즉 아내를 애절히 간호하면서 남편은 비로소 지나온 세월동안 자신에게 헌신한 아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화되는 점을 깨닫는 남편의 마음을 확인하는 상황을 화자가 설명한다
지금까지 앞서 언급한 시들을 대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살펴본 결과 시의 화자들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형성하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타인의 서로 다른 본성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조민자 시인의 「꽃과 새」에서 화자는 자연과 공감하며 자연일체감 속에서 허무감을 찾아가는 본성을 드러내며, 김준형 시인의 「막춤의 종말은」에서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리는 허무와 절망 이기심들을 마주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
이신강 시인의 「행복한 인생」에서는 결국 모든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스스로의 내면으로 귀결되는 본질 속에서 해답을 찾는다 또한 김시철 시인의 「이 세 분」에서는 평소 공경하는 사람들의 본성과 일상사를 통해서 스스로를 다짐하고 반성 자책하는 본성을 읽어낼 수 있다
조남익 시인의 「텃새의 시」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적 존재로서 화자 스스로의 본성을 자각하며 결국 무리 속에서 함께 하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끝으로 김승곤 시인의 「순애殉愛」에서는 온유한 아내의 삶이 남편과 떨어질 수 없는 둘이 하나인 삶의 공동체 속에서 결국은 마음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방식을 화자가 바라보는 시선 속에 담아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살아간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은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누구나 서로 다른 본성을 지니고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력을 구성하고 감정을 처리하는 태도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런 가운데 상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기적 본성을 지닌 채 자기애에 사로잡힌 수많은 타인들의 본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는 힘을 길러야 할 때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타인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복잡한 내면의 상황과 감정이 지닌 이면의 다양성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제대로 판단한다면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여 보다 현명한 관계형성을 해 나갈 수 있고 나아가 긍정적 관계를 지속할 힘도 갖는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상대가 쉽게 바뀌지 않고 노력조차 않는다면 유연하고 합리적인 관계를 바라는 합의점은 영원히 불가능하며 한쪽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므로 상대를 혹은 상대와의 일정 부분 그러한 관계를 포기할 줄도 아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 점을 쉽게 간과하면서 또한 언젠가는 바뀌리라는 희망을 갖고 수많은 시간 속을 허우적거리며 질척대는 관계 속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현대는 자본주의적 삶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은 대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