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익 「텃새의 시」

by 김지숙 작가의 집

수목과 땅의 영기를 쏘인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흙속의 기운

영원히 마르지 않을 자유인의 핏줄을 본다

때로는 태풍이 이 땅을 흔들어도

지키는 장롱들

바다에서는 만조와 간조가 번갈아 온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는

머언 아사달의 현몽과 기적이 숨어 있었다

황금빛 벌집은 꿀 생산 터전

꿀벌은 여름의 꿈이요 시인이었다.

오, 절규하는 대지의 천재들

생생한 체험의 용광로를 품는다.

태어난 땅의 영혼들

그 알을 품고 사는 텃새들을 보라

저 멀리 성스러운 순례길에 나선다

또한 하늘에서는 철새가 떼 지어 날고 있었다

- 조남익 「텃새의 시」



다산은 자신의 ‘성기호설’에서 인간의 본성을 형구(形軀 몸의 형태)의 기호와 영지(靈知 영혼이 아는 것)의 기호로 구분 짓는다 그에 따르면 짐승에게는 형구의 기호만 있고 영지의 기호가 없다 따라서 이 형구와 영지는 마음이 어떤 일을 대응하는 방식으로 앞의 두 가지 기호와 같은 정감의 발현을 고수한다

또한 그는 선악을 구분하고 의지를 비교적 주체로 보며 신분에 따라 사람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결국 인간의 본성은 몸과 마음의 주체와 의지를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텃새의 시」에서는 순례길에 나선다 알을 품고 사는 텃새 철새가 떼 지어 날고 있었다에서와 같이 본연의 생래적 삶을 그대로 표현하는 본래적 기호성에 해당되는 형구의 기호가 나타난다 하지만 영원히 마르지 않을 자유인의 핏줄을 본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는 머 언 아사달의 현몽과 기적이 숨어 있었다 꿀벌은 여름의 꿈이요 시인이라는 표현에서는 감각적 의지가 드러나는 점에서 감각적 기호성 즉 영지의 기호성이 나타난다

많은 인간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현실을 본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지니기도 하고 불완전한 자신에게 절규하기도 하며, 타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E. 프롬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잠재된 본성에 대해 사회성 속의 자신은 공동체에 대한 가치관을 함께 자신을 지켜 가는데 중심을 둔다고 했다

이를 시에서 보면 수목과 땅 태풍 바다 벌 텃새들이 서로 자신의 영역 속에서 서로가 벌려 둔 틈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얽히고 떨어지는 모습을 반복한다 다산의 표현처럼 본래적 기호성과 감각적인 기호성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지내고 있다는 점 또한 프롬의 말처럼 사회적 상황 속에서 공동체적인 화목한 화합의 장 속에서 살아가는 밝은 자연의 모습들을 바라보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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