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함민복 晩餐(만찬)
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일련의 계층을 구성한다 그 중 음식은 가장 하위의 욕구인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와 관련되며 그 중 배고픔은 삶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욕구에 해당된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 더 이상 배고프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가장 기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단계에서 나아가 음식은 또 다른 자기표현의 욕구로 혹은 음식을 통해 자기 존재를 알리고 상호정체성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매개로 섭취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안전을 취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작용을 하며 자신의 권위나 위치를 알리는 매개가 되기도 하므로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걸쳐 모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음식은 자신이 사는 고장의 공기 흙 물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소산물로 우리의 삶 가운데서 최소한 다양한 욕구를 포함한다
혼자 사는 화자는 ‘당신’이 보내 온 반찬을 받으면서 진심어린 마음도 함께 전해 오는 따뜻함으로 밥을 먹는다 굳이 말한 적은 없지만 반찬을 전해 받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낀 화자는 ‘당신’과 무척 가깝다고 느낀다 브리야사바랭에 따르면 누구든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면 그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을 알아내는 일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먹은 음식물은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신’이 만들고 보내온 음식들이 화자의 입에 들어가 화자의 몸을 형성하고 화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힘이 된다 화자는 ‘당신’이 보내온 음식을 통해 그 사람과 공동체적으로 느끼고 그 속에 내재된 그 사람의 마음을 깨닫고 그 마음처럼 음식을 풍성하고 기쁘게 받아들인다
시의 상황과 달리 요즈음은 가족이나 사회공동체의 결속력은 예전 같지 않다 시에서도 혼자 살아가는 화자는 ‘당신’을 제외하면 누구도 공동체적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과거의 사회는 성장보다는 삶의 질이나 가치에 더 중을 두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더욱 심화되는 개인주의적 삶 속에서 이웃 간의 나눔이나 배려는 사라지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외롭고 곤고한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화자에게 먼 곳에서 온 김치는 화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다가온다 그래서 김치를 만든 사람의 마음을 화자가 먹는 것이고 그가 먹은 음식은 곧 그가 되어 서로의 결속력을 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