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냄비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냄비밥을 해 먹어 본 사람은 안다

쌀을 물에 즐겁게 불리는 일부터

냄비에서 밥물이 끓는 절정의 찰나를

긴장 놓치지 않고 기다릴 때까지

이건 물과 불과 시간을 아는 일이며

이건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센 불로 끓이고 중불로 익히고 약한 불로 뜸들이며

냄비 속의 물이 넘쳐 불을 다치지 않게

불 위의 냄비가 뜨거워져 쌀을 다치지 않게

쌀과 불과 물이 평화롭게 하나 되어

사람이 먹는 한 그릇의 더운밥이 되는 일이란

이건 세상만사와의 집중이며

이건 우주와의 화해다 라고

그래서 원터치 전기밥솥의 디지털 밥을 먹는 사람은

이 고슬고슬한 아날로그 밥맛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냄비밥 뜸 들기를 기다리며 나는 행복해진다

-정일근 냄비밥



파블로프에 따르면 조건화 실험에서 특정한 자극을 줄 경우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므로 이들 자극 사이는 서로 연결된다 이러한 그의 이론에는 몇 가지 기본 가정이 있으며 이들은 상호 긴밀한 연계관계를 갖고 상보적 역할을 한다

그것은 모든 유기체가 환경적 자극에 대해 기계적으로 반응을 하며 복잡한 환경도 특수한 자극단위로 분석 가능하고 동시에 행동도 반응이라는 단위로 분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화자는 과거 냄비밥을 먹어본 적이 있기에 그 밥맛의 비밀을 안다

따라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대부분의 감각들이 냄비밥을 하면서 함께 느끼며 이러한 감각들로 밥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어떤 행동은 뒤따르는 그 다음 행동의 결과를 조절하여 행동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자극에 의해 유발되기보다 스스로 반응하는 현상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의 반응을 선택하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 따라 우리는 성장하고 행복해 한다(VE Frankl)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삶의 주도권을 갖는다 만약 자극과 반응 사이에 틈이 없다면 자동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빈 공간에 대한 선택은 본인이 그 권한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에서는 물과 불과 시간을 아는 일을 마음을 아는 일과 동일시 여긴다 그리고 밥하는 일을 세상만사에 집중하고 우주와 화해하는 시간으로 여긴다 그래서 행복한 화자는 쌀이 밥이 되기까지 또 밥물이 끓는 순간을 기다려 그 때를 놓치지 않지만 그 틈을 즐긴다

냄비밥을 지어본 적이 있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맨 처음의 감정들은 그 다음 화자의 행동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냄비밥에 대한 긍정적이며 따라서 화자는 냄비밥을 하면서 적극적이며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 행복해 한다

또한 화자는 냄비에 밥을 하는 과정에서 ‘쌀’을 불리고 밥물이 끓는 순간 불을 조절하고 혼연일체가 되는 집중력을 거쳐서 한 그릇의 더운밥이 된다는 내용을 경험으로 알고 쌀과 물과 불이 가장 평화로운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한 그릇의 맛있는 더운밥이 된다는 점을 터득하게 되고 이를 삶과 연관 짓는 과정에서 삶의 주는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행동은 객관적 환경조건으로 형성된다는 가정 하에서 자극과 반응의 관계를 조건화이론으로 발전시킨 파블로프는 이 반사이론에서 언어학습과 관련지어 신호체제의 중요성을 읽어내는데 예측과 통제로 행동의 발달과 학습치료 등에 적용한다 냄비에 밥을 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감각적으로 습득한 자극과 반응을 기억한다

그래서 냄비에 밥을 해서 먹어본 사람만이 물과 불이 조화를 이루고 그 틈틈이 밥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은 그 틈이 가져다주는 비밀을 안다고 단언하며 화자는 그 맛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느낀다 무슨 일이든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야 제대로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특히나 화자의 입장에서 보면 밥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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