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지를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지를 밥상으로 펴면 밥상차려 밥 먹는다고요
따뜻한 말이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따뜻한 마음이 세상까지 따뜻하게 한다고요
어머니 또 한 말씀 가르쳐 주시는데요
해방 후 소학교 2학년이 최종학력이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말씀 철학
-정일근 신문지 밥상
우리는 말과 글로써 인생의 대소사를 표현하며 살아간다 특히 대화에서 소통의 단절은 언어적 단절에서 나아가 성격 파괴에 까지 이른다 따라서 긍정적 말을 하는 경우와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 결과에서는 많은 차이를 느낀다 말은 그 사람이자 인격이며 그가 한 말로써 그 사람의 운명은 만들어진다 따라서 말은 치유력과 파괴력을 함께 지닌다
‘농가성진’이란 농으로 하는 말이 진담이 된다는 뜻으로 말의 힘은 곧 하늘이다 따라서 화자의 어머니 철학은 신문지 밥상을 꼭 밥상이라 여기고 밥상을 받아 밥을 먹는다고 굳게 믿는데서 나타난다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밥을 먹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심리적 면에 더 깊이 반응하거나 절대적으로 정해진 조건들에 의존한다
그것은 밥을 먹을 때 장소 시간 반찬의 가짓수 등을 정하는 등 밥 먹는 규칙을 둔다 이렇게 어릴 적 식사 습관은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느냐에 영향을 주며 또한 성장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나아가 한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생명에 직결된 만큼 올바른 식습관은 매우 소중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말’의 효력에 대해 실린 의학학술지 연구결과(NEJM 2012)를 보면서 말이 갖는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에서는 그 말이 힘에 대한 논리가 나타난다 화자의 어머니는 가족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관심으로 밥상을 차린다
가난한 살림에 밥상을 펼칠 경제적 여력은 없어 비록 ‘신문지 밥상’을 펴지만 식구들이 둘러앉을 밥상을 차린 화자의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사랑과 관심은 결코 하찮지 않다는 소신이 있다 신문지에 올려놓고 먹지만 구중궁궐 왕이 받는 수라상처럼 가족들에게 잘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에 간절함과 진정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길 없는 어린 화자는 신문지가 아닌 밥상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여전히 신문지일 뿐인데 공연히 엄마가 귀찮게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그 때의 어머니 마음을 미처 읽지 못했던 화자는 회상하는 과정에서 가난했던 시절 신문지 밥상은 어떤 말보다도 확실하게 어머니가 밥상 차려 먹는다는 의미를 기억해 낸다 이러한 전달법은 어머니만의 식사 철학이 담긴 자긍심으로 결코 이러한 방식보다 더 강렬하게 밥상을 인지하는 경우는 더 이상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생각한다
시에서 ‘신문지 밥상’은 화자의 어머니가 가족을 생각하는 값진 마음을 표현하는 상징적 매개물이 된다 어머니의 사랑 덕분으로 화자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훗날 따뜻한 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신문지 밥상’의 의미는 어린 시절 화자의 머릿속에서는 초의미로 가득 차 있었다
즉 신문지 밥상은 겪은 삶에 대한 의미를 터득하지 못한 당시 어린 화자로서는 이해 능력을 넘어선 가난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절의 가난은 어머니가 지닌 능력의 한계치를 훨씬 넘어선다는 의미에서도 초의미적이다 시에서 화자는 자신이 아는 대로 배운 지식대로 신문지는 신문지일 뿐이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어머니가 생각하는 신문지 밥상이 지니는 의미를 미처 터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화자는 회상하는 과정에서 신문지 밥상에 관한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린다 인간은 순간순간 결정한 자기 삶으로 살아가며 그 삶은 과거의 기억에 기반을 둔다 화자는 성숙한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의 판단력으로 과거의 일들을 돌이키면서 비로소 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신문지 밥상에 대해 고집하시던 그 의미를 깨닫고 과거의 기억과 판단을 재수정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감사하며 보존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기억은 진정한 의미에서 과거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화자가 자신의 기억을 현 시점에서 해석한 기억에 가깝다 말하자면 현재의 화자가 과거를 결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