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밥값

by 김지숙 작가의 집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밥값




V E 프랭클은 역사상 어떤 인물보다도 온 몸으로 큰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 온 사람이다 무수한 상처와 아픔을 느끼며 생존 한 그였지만 공포와 절망의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자이며 그들 중 인간이 지녀야 할 고귀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그곳에서 살면서 이전에 지녔던 모든 가치관은 파괴되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점을 깨닫고 스스로 주어진 세상을 바꿀 힘을 지녔다 시의 화자는 스스로 자청해서 고통의 극한인 지옥을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고통 속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아는 화자는 자신이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 나서고 이에 따르는 고통조차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자 애를 썬다

누구나 자기 삶에는 의미가 있듯 자신이 겪는 고통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깨닫기도 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죽음 그 자체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도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높여주는 계기를 갖도록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든 당자에게는 의미 있는 삶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낀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느끼면서 진정한 자아실현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화자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고통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자신이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 지옥에 다녀와야겠다고 한다 물론 지옥이란 어떤 곳인지 분명하게 알 길은 없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이 밥값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그 지옥을 꼭 다녀와야겠다고 하며 이는 통과 의례 같은 행위로 여긴다 시의 밥은 우주와 관계하고 타인과 상호 교환되는 감정 및 정서 욕구 등과 같이 가까운 존재와 더불어 따뜻함과 친밀감을 느끼는 매개로 작용한다

그리고 또한 밥을 먹는 방법을 염려하는 행위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염려를 표현한다 따라서 밥 먹는 행위와 관심은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증거이며 이를 실천하려는 과정에서 지옥에 가면 바로 인간이 되겠다는 화자의 심정은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한 가치 있는 목표설정이 된다 이는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노력하는 모습으로 아무리 혹독한 곳이더라도 그곳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언급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일근 신문지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