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마음 하나 돌리면 새길이 열리고

마음 하나 닫으면 가던 길도 닫히는데

그 마음 닦아 새 길을 여는 법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흔들면 흔들리고 뽑으면 뽑히는

흙투성이의 얼굴을 한 풀꽃도

골목골목 휘젓고 다니는 바람도

늘 새 길을 내는데


왜 마음에도 새 길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까



고지식하지는 않지만 뒷끝은 좀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게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번 아니라고 마음 먹으면 꼭 그대로 실천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는지 세상을 좀 살았는지 본의 아니게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면서 마음에도 다른 길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의도적으로 분위기에 의해 마음의 길을 바꾸고 보니 자주 그럴 일이 생기고 내가 가졌던 신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음을 바꾸고 보면 그렇게 못할 일도 아닌데 왜 진작 마음을 바꾸고 맘 편히 살아내지 못했을가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러면서도 그 땐 그럴 수 밖에 길이 없었어 라고 스스로를 위로 하기도 한다

살다보면 구불구불한 길도 가게 되고 가시밭길도 가게 된다 사람이 가는 길이 따로 있고 여자 남자가 가는 길이 따로 있지 않고 위 아래 사람이 내는 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무엇을 위해 그 길을 가게 되는 건지 문든문득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게 된다

꼭 좋은 길만을 갈 수는 없다 처음에는 좋은 길인줄 알고 발을 들여 놓지만 알고 보면 가시밭길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맞게 된다 그래서 길에 주저 앉아 울거나 통곡하거나 즐거워 하거나 행복해 한다 다만 길을 걷거나 길을 낸다는 것은 길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갈 때가 있고 다 알고 갈 때가 있다

알고 가는 길은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이지만 모르고 가는 길은 설렘도 불편함도 또 다른 그 무엇도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불안이 지배적이기도 하지만 궁금함에 한발한발 내디디게 된다 새로운 것을 탐하는 마음이 없다면야 안전하고 잘 만들어진 길을 걷기만 할테지만 너무 잘 아는 길을 가는 것은 별다는 맛은 없다

수많은 길 중에서도 마음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다정한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하며 마음의 길을 넓혀 가는 동안 아픔도 슬픔도 서로의 가슴에서 흔들리면서 새로운 길을 트게 된다

오래된 사이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에 길을 낸 사람이라면 세월을 두고 만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유사한 상황 속에 또 다시 그 길을 좀 더 넓혀 서로의 마음 속으로 쉽게 좀더 깊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어디에도 새로 날 수 있으며 마음에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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