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by 김지숙 작가의 집

눈물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집이 눈물을 흘린다

갈라진 틈사이로

통이라는 통을 다 받쳐도

눈물은 넘쳐난다

오래된 집이라 눈물이 많은 걸까

원망과 슬픔과 그간의 쌓인 절망이

구석구석 밀려들어 한을 쓸어내려는 걸까

집은 한껏 울고 나면

눈물을 그칠까




사는 집이 꼭대기층이라 솔숲너머로 동해가 내려다 보인다 전망이 좋아 별생각 없이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얼마전 태풍이 심하게 몰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바닷가집에 사는 불편함을 점감했다 동해의 바닷바람이 그렇게 센 줄은 미처 몰랐다 집지붕을 마치 아이스크림껍데기 벗기듯이 벗겨져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무섭기까지 했다 그것이 자동차를 군데군데 쳐서 흠집을 내는 것은 다반사고 나무가지를 치기도 하면서 무한질주를 하곤 했다

온동네의 날아다닐만한 가벼운 것은 다 날아와 숲에서 멈췄다 플라스틱 바구니는 사이즈별로 늘어져 있고 택백박스 스티로폼 박스비닐 봉지 가벼운 가재도구들이 널부러지고 옷가지들도 날아와 나뭇가지에 척척 걸려 있다 동해바람이 세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정도인줄은 몰랐다

부산에 일이 있어 일주일 정도 집을 비웠다 오니 베란다 천정에 박공판 지붕 일부가 바람따라 발코니 지붕위에 또 떨어져 있었다

폭우가 지나갔는지 거실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24개들이 휴지가 물에 젖어 퉁퉁 불어 터졌다 살다 살다 물이 떨어지는 집에서도 살게 되는구나 싶었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으로는 눈물이 흐르는 형상이다

그런데 슬픔도 자꾸 쏟아내면 끝나기 전까지는 점점 늘어나듯이 갈수록 집이 흘리는 눈물의 양이 늘어난다 집주인에게 조치를 해달라고 해도 감감무소식이다 생각 같아서는 지붕에 올라가서 비닐 한 장만 덮어도 비는 집안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지붕경사가 심하고 내가 모르는 분야라서 마음만 수십 번을 다녀오곤 한다

이 주변 다른 펜션들은 모두 새로 지붕을 얹고 새로 칠을 하는 등 새 단장에 한창 바쁘고 이미 단장을 끝낸집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펜션은 주인이 외국에 나가 살고 있어서 통화도 쉽지 않다는 관리자의 말이다

비소식만 들리면 빈 그릇이란 빈그릇은 총출동을 한다 남의 집이라 잠깐 살다 간다고 그릇도 몇 개 되지도 않는데 비 오는 날이면 총집합이다 여름이라 비는 오죽 자주 오나 이젠 제법 한 달가량을 집안에도 빗물을 들여놓으니 빗소리를 들으면서 에어컨은 제습으로 켜놓고 식탁에서 밥을 먹는 건 예사다 사람이라는 게 다 적응하게 되는구나 싶다가도 너무 한다 싶어 외국에 살아 연락이 안 된다는 집주인에게 전하라고 관리자에게 집안 천정과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빗물 동영상과 사진을 서네번 전송하곤 했다

다행히 관리자말이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면서 가까운 날 지붕이 마르면 일정으로 지붕 수리를 한다고 한다 계속 비가 내리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빵군지 알 길은 없다 겉만 번지르하고 멀쩡하다고 속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펜션에 살면서 더 잘 알았다 어중간한 집들의 꼭대기층이 주는 비애도 알 것 같다


참참참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졌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상대의 고충을 뒤로하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는 자의 그 마음을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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