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커피



친구가 건네준 싱싱한 원두 커피

이런저런 방법으로 내려 먹으니

햇살누룽지 맛이 난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 같다가도

이모집 가마솥에서 먹은 누룽지 맛


커피를 마신날은 잠을 잊는다

살랑대며 선을 넘은 카페인의 유혹에

온밤을 홀랑 다 까먹고

누우면 생각의 늪에 빠지고

일어나면 머릿속이 뿌옇다


사랑도 아니면서

온 밤을 안갯속을 누비며 잠을 설친 날은

오래토록 하지 않은 할말들을

허공에 쓰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침 빈속에 진한 원두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고 오후나절부터는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두커피를 물마시듯 마신다

마시는 것은 좋지만 상대로도 자신처럼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가끔 선물로 받은 커피는 점심식사 후에만 마신다 그것도 연하게 해서 마신다 그래도 어떤 커피가 진짜 맛이 있는지 내 입에 맞는지는 너무 잘 안다

어떤 지인은 커피 매니라 언제나 자기가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날 때마다 꼭 내게 선물하곤 한다 마음이 고마워서 마실때마다 그 사람을 생각하곤 한다 그 사람이 주는 커피는 부드럽고 향기롭다

어느 날 꽃집에서 커피나무를 한그루 샀다 제일 작은 것으로 샀지만 지금은 제법 자라서 허벅지까지 온다 나무를 키우면서 꽃피우고 열매 다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엽식물보다는 유실수를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카페나 수목원에서 커피나무에 열매가 달린 모습을 보면 내가 키운 나무도 언젠가는 저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거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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