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소리




통도사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 속

손사래 치듯 흔들리는 물고기

허공을 고스란히 받아

오가는 바람에게 말을 건다

오후 내내 사그락 귀전을 따라 다닌다


그냥 네길을 가

나는 내길을 갈테니


청동빛 물고기가 떼를 지어

쪼르륵 날아들고 그 끝에는

모두 비릿한 새소리를 물고 있다




소리에 민감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없다 한번에 들리는 후드 돌아가는 소리 물끓는 소리 전기밥솥 돌아가는 소리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 tv 소리 날 부르는 소리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들이 한바탈 범벅되는 아침이면 정신을 못차린다

그래서 하나둘씩 안들어도 되는 소리들을 끄고 나면 창밖에서 새소리들이 들린다 맑고 청아하고 소리미인들이 테라스 앞에서 춤을 춘다 새소리는 이렇게 좋은데 사람 사는 일은 왜이렇게 시끌벅적거리는 걸까

tv속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도 생긴 모양에 따라서 달리 들린다 얼굴이 둥근 사람들은 목소리도 둥글고 가늘고 긴 동양 형의 여자 목소리는 살짝 높고 날카롭기까지 한다 남자들의 목소리도올 선생님의 목소리는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좋다 싫다를 떠나서 그냥 특이하고 특별하다 목소리나 사람이나 정말 흔하지 않은 사람이다

주변의 소리들을 하나둘 들어보면 그 소리가 갖는 모양이 보인다 가령 오래된 냉장고가 내는 소리는 철망이 찢어지는 것 같거나 녹슨 쇠로 만들어진 스프링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어치는 고양이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다른 새들의 소리도 흉내내어 15가지의 소리를 흉내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이 곳에 온 후로는 새끼 고양이가 숲에 많이 사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어치가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고양이 소리를 내곤 했다 어치의 소리는 아주 힘없고 나약하고 귀여운 ㄷ모성을 자극하는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 다른 새소리도 바로 흉내내서 따라쟁이처럼 소리를 내는 신기한 목소리를 가졌다

소리들은 참 희안하다 자기 모습을 보지 않아도 잘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화목소리를 들으면 대략의 사람들의 모습을 짐작한다 하지만 간혹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인데 아주커다란 거대한 덩치를 지닌 경우도 볼 수 있다 나는 그 원형은 아마도 목소리를 닮아 있을거라고 믿는다

소리도 나이를 먹는지 몇 십년이 지난 지인의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을 밝히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래동안 목소리를 기억하고 난 후라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밑바탕에 깔린 목소리들은 남아 있다

나는 목소리에도 나름의 지문 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문이 다르듯이아무리 쌍둥이라도 비슷하겠지만 목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간의 소리들도 다르다 아침의 느낌이 다르듯이 아침에 나는 소리 점심에 나는 소리 저녁의 소리들이 다르게 와닿는다 햇살의 크기나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매일 매순간 달라지기도 한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저녁 잠자리에 누우면 잠이 잘 오지 않늘 때 나는 나의 숨소리를 저엘먼저 찾는다 그리고 그 숨소리를 세면서 어는 순간 잠이 든다 소리는 참 많은 얼굴을 가졌다 그 얼굴들이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하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오늘도 여기저기서 소리들이 쏟아진다 그 소리들에 예민한 버릇은 한때는 두통으로 시달리곤 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나쁘지 않게 내게 와닿는 방법을 택해 살아간다 소리와 더불어 소리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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