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인 푸른 우주

by 김지숙 작가의 집

밥 먹으며

쌀알 하나에 스민 햇살

잘게 씹는다.

콩알 하나에 배인 흙내음

낯익은 발자국, 바람결

되씹는다.

내 속으로 펼쳐지는

푸른 우주를 본다.

-이응인 푸른 우주





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입안에 맴도는 밥알을 굴리는 과정에서 혹은 밥을 의식하며 씹는 행위는 곧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훈련이 된다. 시에서 화자가 식사를 하는 행위는 일종의 자아의 분리 훈련에 해당되며, 화자는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자아와 그 삶을 살아가는 자아를 관찰하는 자아로 나누어서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렇게 분리된 자아는 존재감을 가지는 한편. 의식의 힘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화자는 밥을 음미하듯 먹으면서 자신을 채워가는 충만한 상황을 이어간다. 쌀알에 스민 햇살을 만나고 콩 한 알에 배인 흙냄새를 찾아 내면으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 뇌에서 즉각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분리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그것이 우주와 맞닿은 점을 깨달으면서 자기 마음을 챙기는 훈련을 하게 된다.

시에서는 쌀 한알과 우주가 대조를 이루면서도 내면적 의미로는 결국 둘이 하나가 되는 동일시를 볼 수 있다. 공동체의 실현은 자아 회복에서 시작된다. 주어진 환경에서 아주 천천히 느끼고 바라보며 몰입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자아가 화해하고 나아가 인간과 인간이 평화롭게 협력하고 공존하며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이는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우주와의 만남을 이루려는 화자의 노력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주는 푸르고 우주 자연 인간 자아가 상호 역동적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해 작업이 형성된다. 우주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 자아를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구 안에서 다양한 모습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공동체는 가시적이고 공동체 의식 또한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공동체 의식은 갈등과 타협을 통해 자신의 헌신과 공헌으로 이루어진다. 화자는 쌀 한 알이 입속에 들어오기까지 햇살 흙 바람이 모여서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 한 그릇의 밥이 되는 과정을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내면의 자신을 찾아나서는 길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희망적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결국 쌀 한 되 콩 한 알이 화자의 몸이 되고 몸을 거쳐 밖으로 나가면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하는 과정은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생명 합일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느낀다.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유대감과 정을 형성하는 한편 함께 한다는 공동체적 정서가 바탕이 된다. 따라서 밥을 먹는 일은 사회의 도덕성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밥을 먹는 행위는 타인은 물론 자연과도 밀접하게 유지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밥의 의미와 심리적 레시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