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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Jun 30. 2023

김규화 밥3

어머니는 항상 밥을 들고      

이방 저방 다니신다.               

현관문을 열어주고      

밥은? 하고 얼굴로 물어보신다.                

어머니의 밥상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어                

눈을 뜨다가 눈을 감다가      

밥은? 하고 얼굴로 물어보신다.                

밥을 지을 때는      

어머니의 열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달리고                

밥을 차려주고는      

서서 쳐다보신다. 호위병처럼     

피아노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중환자실 높다란 침대에 누워     

마지막 숨을 쉬실 때에도      

밥은? 하고 또 올려다보신다.               

어머니가 가진 밥뿐인     

밥이 없어서 나는 오늘도               

살과 피가 부족한 채 나는 오늘도      

절름거리며 집에 온다.      

-김규화, 밥3      



                   

우리에게 밥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밥은 생명 유지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화해와 용서 이별의 아쉬움과 안쓰러움 죽음 반가움 등의 여러 의미를 함께 담아낸다. 이처럼 사람들은 밥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간다. 밥으로 맺은 인간관계 속에서 참된 의미를 느끼며, 함께 식사한다는 의미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내놓고 진실 되게 만나겠다는 의도이며 이는 자신의 문화를 상대에게 내놓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호 성장에 도움이 되면서 서로를 살피는 생명력을 지닌 것이 밥이다 상대에 대해 지닌 긍정적 마음은 밥이라는 구체적인 사물로 전달한다. 이러한 표현은 정신적으로 자연스럽게 성숙한다는 의미로 전달된다.      

시에서 밥은 곧 어머니다. 화자가 느끼기에 어머니의 모든 관심과 사랑은 ‘밥’으로 투사된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보는 가치관들이 제각기 다르다 그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물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제각각의 가치관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게 혹은 사실과 유사하거나 같다고 여긴다. 그런데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그 사람의 지각적 습관이 의도하는 대로 갖게 되고 대부분의 정신현상은 의도를 가진다.(Charles Howard Candler 1996) 시에서 화자에게 ‘어머니’와 ‘밥’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되며 밥은 늘 어머니와 함께 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시에서 밥은 전경으로 어머니가 배경이 인식된다. 밥과 어머니는 매순간 변화하며 현재에 놓인다. 말하자면 밥과 어머니는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어머니가 가진 것은 밥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나 화자에게 보이는 어머니는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에만 몰두한다. 밥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어려운 시절을 지내온 기억과 밥이 곧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밥을 먹어야 산다는 가치관에 기인되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도 연결된다.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대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상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상대와 소통하기 위한 매개로,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통합적이고도 복합적인 대안으로 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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