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교 남긴 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물고 간다.

쏠쏠쏠

몰고 간다

-이상교 남긴 밥




공동체란 일정한 범위의 생활공간이 기초된 지리적 공간에 근간을 두는 영역성이 전제된다. 현대인의 경우, 교통이 발달되면서 장소 의미는 이미 오래 전에 상실되었지만 일상적 생활공간에서는 여전히 동질성을 기저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즉, 주어진 공간 속에서 협력하고 의지하며 공동체적 삶을 영위한다.

시에서는 ‘밥’ ‘먹고 남긴’ ‘와서 먹고’의 반복된 서술을 통해서 밥의 먹이 사슬을 제시하는데 화자는 인간이 남긴 밥을 강아지 참새 쥐 개미 순서로 먹이 사슬로 이어지는 생명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밥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생명체가 다양한 생명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생명체들의 개인차를 보인다. 인간은 인간만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 생명체와도 유기적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한 그들과의 사이에서 각각의 생명체는 의미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삶의 고리 가운데서 밥은 사소한 듯도 하지만 실은 가장 소중하며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인성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밥’은 인간의 생명공동체적인 면을 상기시키는 한편, 함께 나누는 밥과 더불어 타 생명체와 원만한 관계를 이루며 살기 바라는 심정을 담았다.

지구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다른 생명체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여 상호 보완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먹이사슬의 연쇄현상을 보면 모든 생물체는 다른 생명체를 먹으며 생존하는 동시에 또 다른 생명체의 먹잇감이 된다. 이러한 생명체 간의 관계뿐 아니라 하나의 먹이를 두고 여러 생명체가 나눠먹는 먹이 공유의 형태도 나타난다. 서로 협력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조화로운 질서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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