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꾼들이
심때 좌판 옆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그 주변이 둥그렇고
따뜻합니다.
-안도현 장날
공동체 의식이란 나와 내가 속한 단체를 생각하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의식이다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린다. 오늘날은 이러한 의식들은 많은 부분에게 사라졌다. 집단 구성원이라는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한 시점에서 헤겔의 말처럼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자유가 함께 실현되려면 사회 공동체가 필요하며 이 공동체의 주제는 다름 아닌 인륜(人倫)이다 개인은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만이 발전 가능하다 좌판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서로에게 의존하고 영향을 받고 미치며 살아가는 감정의 공유를 통해 서로의 삶에 연관되는 공동체의 의식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개인이 먹은 음식은 그가 속한 사회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지만 동시에 그가 섭취한 음식이 개인의 욕구뿐만 아니라 남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준다.
인간에 대한 존경을 토대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A. 아들러는 공동체 감각의 기르는 이유로 소속감을 든다. 따라서 관계가 단절되면 그가 속한 곳을 회피하며 소속되지 못하면 결렬이나 죽음으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공동체 감각을 기르려면 우선적으로 소속감을 기르기가 중요하다. 그 공동체 감각은 수평 관계 및 자기수용과 타인을 신뢰하는 규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시에서 화자의 눈에 비친 장꾼들의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을 먹지만 그 척박한 삶 가운데서 오히려 따스함을 느낀다. 시에서는 원과 따뜻함이 유사한 성질을 띠는 평안을 의미한다. 원은 원초의 완전함을 뜻하며 자기 충족을 나타낸다. 따라서 원이 이루는 화합은 더불어 살아가는 장꾼들에게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된다.
시에서 밥은 난장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매개물이 된다. 대체로 식사 행위는 개인적 행위이므로 쉽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시에서 등장하는 장꾼들은 좌판에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이 다정하게 느끼고 그 모습에서 화자는 따스함을 느낀다. 현대인은 소속감에 대한 결여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소속감은 인간의 삶을 좌우할 정도로 지대한 위력을 지니는데, 상호신뢰가 가능한 소속감을 기반으로 해야 만이 개인과 조직은 건강하게 된다 아들러는 공동체 감각 향상을 그의 심리학에서 주요 목표로 삼았다. 가족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공감 신뢰 공헌을 총칭한 이 말은 정신적 건강 척도가 되며, 연대감 유대감과 유사한 표현으로 해석한다. 시에서는 밥을 먹는 행위에서 공동체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찾는다. 그 공동체 감각이 건강하고 성장한다는 점은 점점 강하고 따뜻하게 타오르는 불가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