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지금까지 본고는 밥에 나타나는 공동체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한 시들에 표현된 밥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주로 관계 맺는 용도로 드러난다 특히 시에서 밥은 공헌감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공헌물 혹은 주요 매개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화자는 공헌감으로 긍정적 심리 상태로 드러난다

이응인의 푸른 우주에서 밥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밥을 통해 우주와 소통하기도 한다 이해인의 쌀의 노래에서 밥은 화자의 몸이 되고 살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본보기가 된다

김규화의 밥3은 인간관계를 밥으로 이어가는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이상교의 남긴 밥에서 밥은 생명공동체를 상기시키는 매개가 된다 안도현의 장날에서 밥은 삶의 소속감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중요한 매개물이 된다

고은의 밥에서 밥은 흔한 것이 귀하다는 사랑의 가치의 발견으로 나아가는 매개가 된다 이기철의 식탁은 불후의 명작이다에서의 밥은 가족 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가족 공동체를 확인하는 매개가 된다 이선관의 밥 그 밥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에서 밥은 용서하지 못할 것이 없는 여유와 관용의 매개물이 된다

하종오의 밥 먹자에서 밥은 가족 간의 응집력을 집결시키는 매개가 된다 이향아의 밥이 있는 수채화에서 밥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는 매개가 된다 국효문의 밥알에서 밥은 가족 공동체 속에서 학습된 공동체적 의식을 드러내는 매개물이 된다

손택수의 외할머니 숟가락에서 밥은 비언어적 소통방식이자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정일근의 두레밥상’에서 밥은 세상의 밥상과 대조되는 어린 시절의 밥상을 불러오는 매개가 되며 이는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는 매개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우리 시에 나타나는 밥의 의미와 밥에 나타난 심리적 정황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밥을 먹는다 때로는 서먹서먹한 사이를 개선하고 싶을 때 혹은 상대와의 친밀감을 더 높이기 위해 함께 밥을 먹는다

어떤 종류의 밥을 대접받느냐에 따라서 상대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또 상대에게도 똑같이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오가는 유쾌한 정서가 상대와의 관계 증진에 도움을 주는 한편, 결과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의미는 가족 이웃 생활 동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밥을 먹는 행위로 친밀한 관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의미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혼자서 밥을 먹는다 그 밥을 먹으며 밥 속에 살아가는 혹은 살아온 삶의 의미도 함께 소화시킨다. 또 주어진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진실을 찾고 자신의 입에 가장 잘 맞는 밥을 먹고 살아간다

이처럼 늘 먹는 밥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왜냐하면 밥은 인간이 살아가는 생명줄이자 생존의 원천이며 진실한 삶을 찾아가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향한 사랑보다 더 진실한 것은 없다(G. Bernard Shaw)

시에서 밥은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고 살아가기 위해 긍정하거나 함께 잘 살기 위해 배려하고 애쓰고 노력하는 삶을 표현하는 매개가 된다 결국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고 실천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어떤 경우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에 지친 마음을 긍정적으로 다스리는 따뜻한 지원군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밥이다. 그것이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는 더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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