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by 김지숙 작가의 집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섞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정일근,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사회적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공동체 의식을 지향해야 한다.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듣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공동체를 유지하게 된다. 이는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타인에 공감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공동체적 삶이란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열쇠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려면 협력과 공헌하는 삶을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Alfred Adler) 이 가치관은 자기 이익 개인보상 등에만 관심을 두는 이기적 생각과 반대의 입장이 된다. 따라서 삶의 과제인 일 사랑 사회적 문제와 실존 과제인 존재감 소속감이 더해져서 진정한 삶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데 이에 필요한 것이 용기다. 특히 가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고 생애 전략을 발달시키는 장소로 여긴다.(Julia Yang Alan Millren외1 2015) 음식은 인간 개개인의 성격을 형성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과도 유관하다 그래서 식습관을 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게 된다.

시에서는 ‘모난 밥상’ ‘세상의 밥상’ ‘남의 밥상’과 대조를 이루는 ‘두레밥상’은 ‘보름달’ ‘달맞이꽃’ ‘사랑의 꽃밭’으로 이는 화합의 의미로 대변된다. 화자는 어머니의 두레판을 그리워한다 온 가족이 함께 두레판에 앉아 어머니가 나눠주시던 음식을 먹던 그 상황들을 그리워하는데 이는 현재 화자가 살아가는 밥상과는 대조적으로 표현된다. ‘두레’는 공동으로 농사일을 하는 조직이며 아름다운 풍속 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따온 ‘두레’라는 말을 모두를 귀하게 여기는 사랑이라는 의미로 두레상에 연결 지어 생각하게 한다. 이 두레판은 화자에게 온 식구가 모이는 날 펴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린 시절 골고루 반찬을 받아먹던 밥상머리가 그리운 화자는 그 두레판을 기억하며 밥과 얽힌 과거의 밥들을 회상한다. 살아가면서 화자는 지신이 밥을 얻으려고 썩은 고기를 먹은 적도 있고, 남의 밥상을 엎은 적이 있었다는 고백 속에서 그래도 어머니의 두레상 가르침은 경쟁하면서 살기보다는 협력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을 화자는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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