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효문 밥알

by 김지숙 작가의 집

내가 몇 살인지도 몰랐던

아주 어린 아이였을 적에는

밥그릇에 남기거나

상위에 흘린 밥알까지

모두 거두어서

물에 솔솔 헹구어서

할머니는 그걸 다 잡수셨다

밥알 하나라도 남기면

호랭이가 잡아간다하시면서

내가 조금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그렇게 가르쳐도

또 끄적거리다가 남겼구나 하시면서

물에다 솔솔 헹구어서

다 잡수셨다

이 밥알이 될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시골서 농사를 안지어 본 게 이렇구만

어미가 눈에 불나게 때려 가면서도

가르쳐라 하시면서 꾸중하시던 할머니

나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아들이 남긴 밥알 하나라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아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남기지 않고 먹는 버릇을 가르쳤다.

할머니께서 내리신

뼈아픈 말씀을 되새기면서

-국효문 밥알




사람들은 각자 특징을 지닌 채 개인적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간다. 또한 집단에 소속되어 그 곳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그 공동체적 정체성을 상호 영향 속에서 함께 형성한다. 이 두 정체성이 상호 조율되면 문제가 발생하거나 안정감을 갖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갈등이 생겨나서 공동체에서 이탈되거나 소외된다. 동양의 경우,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적 삶에 강한 의미를 둔 문화적 성향을 지녔으며 자신의 고유한 존재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역할과 책임을 엄격하게 추종하는 경향이 생긴다. 특히 개인이 스스로를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범주화하고 동일시할 때 정체성이 높아지면 소속된 공동체 속의 정체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성향으로 추구한다. 시에서 화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어릴 적 학습된 밥알에 대한 정체성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아 현재의 정체성과 동일시된다.

음식이 주는 감각적 경험이나 맛의 기억은 오감을 자극하는 변화무쌍한 요소들을 지녔다. 따라서 기억된 음식을 먹는 동안 우리는 음식과 더불어 느낀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관계를 만들어가므로 그 요인들이 시에 나타난다. 시에서 화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는 밥알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자식에게도 밥 한 알이라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 말을 교훈삼아 화자 역시 밥 한 알의 소중함을 실천해 온 한평생에 대해서 언급한다. 어린 날에 할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밥알의 내력에 귀를 기울이며 들었던 그 말씀을 통해 밥의 소중함을 늘 기억하며 화자는 살아간다.

시에서는 ‘남기거나’ ‘남겼구나’ ‘다 잡수셨다’라는 어휘들은 남기니 잡수시다라는 원인과 결과의 의미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아이와 어른을 이어주는 끈이 되는 동시에 밥알의 소중함을 각인시키는 매개가 된다. 화자는 밥알에 대한 소중함을 할머니가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내면서 절망적 상황 속에서 갖게 된 중요한 가치관임을 안다 이러한 밥알에 대한 신념은 화자와 화자의 자식을 잇는 생명의 끈이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밥알의 소중함을 삶의 역사 속에서 대대로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밥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주어진 힘든 상황 속에서 쌀 한 알도 귀하게 여기며 살아왔다는 할머니의 밥알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을 읽게 된다. 따라서 화자는 할머니에게 밥 한 알은 곧 화자의 어머니와 화자 자신의 생명을 잇는 소중한 존재이며 절망적 상황 속에서 밥알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더없이 귀하다고 여기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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