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다
구름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는 동안
혼자 저녁 노을에 밥을 말아 먹고
작은 어둠을 건지면서
다가오는 별비처럼
꺼지지 않는 온기처럼
늘 그렇게 곁에서 미소짓는
민들레꽃이었던 것을
오랜 세월을 건너는 동안
버릇처럼 떠오르는 얼굴들
내게는 그다지 친구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일을 겪으면서 수는 많지 않지만 따뜻하고 고운 친구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막막하고 어두운 길목에서 만나는 불빛이 되기도 하고 긴긴 장마끝에 얼굴을 드러내는 햇살같기도 한 아침 숲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 같은 우정이 내게도 있었다
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전화통을 붙들고 온갖소릴들을 지저귀고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어김없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자겨운 줄 모르고 버릇처럼 웃고 있는 친구라는 이름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무렇지 않게 쏟아놓고 기쁨과 위로와 격려를 달빛처럼 별빛처럼 햇살처럼 봄바람처럼 툭툭 던지고는 어깨를 껴안는 온기는 세월의 두께를 더한다
뭐하노 잘 있나 아픈데는 없고?
별 것 아닌 듯 무심한 말 속에서 끝까지 함께 진심으로 다가와 늘 가까이서 소리없이 있어 준 친구들처럼 여름비도 그렇게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