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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관 밥 그 밥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여보야

밥 안 먹었지

이리 와서 밥 같이 먹자

김이 난다 식기 전에 얼른 와서

밥 같이 나눠먹자

마주 보면서 밥 같이 나눠 먹으면

눈빛만 보고도

지난 오십 년 동안 침전된 미운 앙금은

봄눈 녹듯이 녹아 내릴 것 같애

우리 서로 용서가 될 것 같애

여보야

밥 안 먹었지

이리 와서 밥 같이 먹자

밥, 그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이선관 밥, 그 밥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마음을 보이겠다는 의미와 친분을 돈독히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다. 맛난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것은 상대와의 거리가 좁혀진다는 의미이다, 사랑이란 상대의 장단을 알고 상대가 자아실현을 하도록 정성을 기울이는 마음이다. 이러한 사랑은 상대에 대한 책임감 보살핌 존경 이해하는 대등한 사랑 모성애 같은 절대적 사랑 이성 간의 사랑 자기애 신의 사랑 등이 있으며 시에서 대등한 사랑은 서로에 대한 존경으로 나타난다. 특히 시에 나타나는 서로에 대한 존경은 아들러의 말처럼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람이 유일한 존재라는 점을 아는 능력으로 발전하도록 배려하는 점이라고 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애를 쓴다. 그러한 가치들 중 창조적 가치는 생산과 관련되며 무산될 경우 공허 무의미 절망을 느끼는 가치로 음식과 결부되면 감각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경험적 가치는 다른 사람의 창조물을 경험하는 경우로 음식의 건강 영양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태도의 가치는 인간이 가장 절망적 상황을 품위와 용기로 대처하는 정도와 관련되며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의 자세와 같은 점에 영향을 미친다.

위의 시에서 50년 묵은 앙금도 봄눈 녹듯 녹아내리게 만드는 매개가 바로 밥이다. 화자는 밥 앞에서는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하여 사랑의 감정들을 느끼는 여유와 관용의 매개물로 ‘밥’이 나타난다. ‘미운 앙금’도 눈 녹듯 사라지고 모든 것이 다 용서될 듯 상대에게 다가가고 부르는 마음은 따뜻한 밥이라야 가능하다. 이처럼 ‘밥’은 이전의 삭막하고 부정적인 마음에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화합하고 안착으로 나아가는 매개가 된다. 서로 헐뜯고 절망적 상황이 화목과 품위로 대처되는 도덕적 형이상학적 이념으로 풀어나는 상황과 연관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밥에 담아낸다.

화자는 마주보고 밥을 먹으며 눈빛을 교환하는 동안 서로의 진정한 마음상태를 알면서 우호적으로 바뀌어간다. 말보다는 따뜻한 밥을 나눠먹는 행위에서 말보다 더 진한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고 용서가 가능하다 사랑은 행위나 속성에 대해 말할 때 더 많이 와 닿는다. 사랑하는 자에게 가치가 증가한다. 사람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가치는 스스로가 더 풍족해지고 인간적 공감대가 커지는 한편 모든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헌신으로 내적 중요성을 체험하고 사랑의 가치를 발견한다. 이렇듯 어떤 상황에서 내면적으로 판단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전적으로 자유 의지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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