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꽃, 다르게 바라보기

결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의 꽃, 다르게 바라보기


손택수 외할머니 숟가락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어 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조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 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온다. 나도

먼 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 간 주인 대신 집이

쥐어 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 손택수, 외할머니 숟가락





배려란 상황적 맥락으로 정의되며 친화성 친절 유머 좋은 매너와 같은 사회적 덕목에 더 강조점을 둔다 이 배려는 의무감이 없는 자발적으로 동기화된 자연적 배려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감인 윤리적 배려가 있다(Nel Noddings)

그런데 이러한 배려심은 유교의 수신이론이 골자가 되는 덕목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의 기쁨이나 아픔에 공감되는 도덕적 마음을 토대로 형성된다. 유교의 사서인 논어 맹자 중용 도덕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타인존중 타인배려 의식의 실천하는 것은 니딩스(Nel Noddings)가 언급한 배려의 덕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가 상대와 의사소통으로 하며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의사소통은 말이나 표정과 행동 등들로도 전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관계 개선을 도모하며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에 결함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강점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Berg & De Jong 2002)

화자의 외할머니는 타인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말보다는 시각 소리 냄새 접촉 입맛 손짓 발짓 표정 음성의 높낮이 자세 환경 거리 등과 관련된 숟가락을 쥐어주는 방식으로 타인과 소통한다. 단순하지만 이러한 배려로 자신의 내면적 정서를 말보다 행동으로 더 잘 드러낸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간다

따라서 화자에게 외할머니의 사랑은 곧 상대에게 밥 먹이는 일과 동일시된다. 외할머니는 누구에게나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계를 도모하고 주도적으로 따뜻한 밥을 먹이려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시 언제나 타인을 존중하고 앞장서서 그들의 밥을 먼저 챙긴다는 점에서 볼 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정서적 교감을 중요시 여긴다

외할머니 집에는 사람이 있거나 없어도 항상 상보에 덮은 밥상은 누구나 먹어도 좋은 듯이 주인을 기다린다. 이 점은 외할머니가 사람을 사랑하고 배고픈 자들을 배려하는 삶의 방식이며 배고픈 상대에 대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헌감에서 행복을 느낀다

시에서 밥은 시선 접촉이나 음성 자세 몸짓 표정 칭찬 감사 등에 의존하는 관심 표현이 아니라 외할머니가 내면 깊이 간직한 생명과 관련된 사랑이다 때로는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단순한 말의 반복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수저를 쥐어주는 소통방식으로 언제나 문을 열면 마루에 상보 덮은 밥상이 놓이는 배려가 더 적절하기도 한다

언제나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에 대한 사랑을 밥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접근하며 타인과 관계를 소통하는 외할머니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게 생각하며 이러한 타인에 대한 공헌감으로 외할머니는 자신의 삶에 행복을 찾고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공동체적 감각들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꽃이 소재가 된 시들을 찾아 그 역할과 기다림 그리움이라는 서정성을 살펴보았다 위의 시들에서 꽃은 다양한 양상으로 묘사된다 홍신선의 「지는 장미꽃 앞에서」의 장미꽃은 무너져 내린 성벽의 이미지와 중첩되어 쇠락하는 것의 의미들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며 안광석의 「그 여인」에서 연은 사랑하는 사람과 겹쳐 표현되는 과정에서 연꽃에 관찰과 투영을 포함시킨다

한편 박진환의 「무악재 무연가」에서는 이는 인간사의 만남과 이별을 초월한 존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시선에 들어온 경우로 결국 능소화도 인간처럼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쳐 사라지는 무한한 존재이며 이를 초월하려는 마음은 꽃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한다

정대구의 「배롱꽃木百日紅」에서는 꽃이 가지는 외형의 특성을 살린 묘사 속에 주제를 담아내는데 부모님의 인연이 무덤가에 연분홍꽃을 피운 두 그루의 배롱꽃로 환생하여 그 사랑을 계속 잇기를 바라는 화자의 염원을 담아낸다 권천학 「수선화」에서는 화자의 시선이 수선화가 갖는 상징적 의미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상황을 이 꽃에 반추하는가 하면 이에 나아가 자신만의 의미를 그 꽃에 더하는 방식으로 꽃을 떠올리며 꽃과 긴밀하게 밀착된다 이신정의 「가을의 회로」에서는 화자의 시선에 머문 여인에서 집요하게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심리적 원인을 알면서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외로움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매개로 장미의 향기가 포착된다

이처럼 꽃은 시에 개입되는 순간 시인의 영감을 자극하고 주변의 요소와 더불어 특별한 관계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독창적인 표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작품에 드러나는 꽃은 즉물적 존재로서 시화되거나 의인화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상징화를 통해 다양한 관념과 서정성을 수용하여 추상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시에서 꽃은 언제나 그 시인이 지닌 숨결과 빛깔 향기에 적당한 크기 형태 색채로 다시 빚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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