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슴을 풀었다
한결 숨쉬기가 편안해졌다.
다음은 허리를 풀었다
마음과 몸을 갈라 둔 경계를 풀고
분별의 갈등 놓아버리면
부자연스럽게, 너와 내가 없었다.
굳이, 하늘이고 땅이고 없었다.
훌훌, 자유의 허공을 놀았다.
「안개3 산 혹은 둔덕으로」일부-
마음을 풀어 다른 곳에 쓸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여유다 마음은 쓰기에 따라서 우주를 덮고 남기도 한다 여유 없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더없이 좁고 갑갑할 뿐이다 진정한 여유란 바로 참다운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며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는 힘이 된다 「안개(3), 산 혹은 둔덕으로」에서 화자는 가슴을 풀고 허리를 풀고 마음과 몸의 경계를 풀어버린다 그리고 하늘과 땅 너와 나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모든 논리를 벗어 던진다
그리고 난 후의 화자는 자유롭게 허공을 나는 여유마저 누린다 이렇게 화자는 애초에 원했던 자신의 욕망을 벗어버리고 그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경계도 갈등도 벗고 보니 자유가 있다는 점을 통해 화자가 생에 대한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현대인은 다양한 당면문제로 다들 바쁘게 살아간다 몸이 아무리 바빠도 여유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한가해도 마음에는 바늘 하나 세울 곳 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다
여유란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힘이자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근원이 된다 창조와 발전 노력과 결과를 동반하는 여유란 스스로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삶의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문제의 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색맹의 풍경」에서도 화자는 자신마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게 만드는 마음의 여유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안개비와 점자 간의 자연스러운 동질화를 들어 완성된다 화자가 열망하던 욕망은 점자로 충족됨을 알 수 있다 이는 민감한 손끝에 축복의 깊이로 네가 읽히고 풀색이나 나무색이던 나는 사라진다 표현을 통해 화자는 점자 즉 안개비로 바라던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자기 존재에 대한 충족을 통해 열망하던 것들은 다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