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동시론
현실과 상상, 그 너머의 따스함
윤동주 동시론
윤동주는 10대 후반부터 연희전문에 입학하기 전까지 동시를 썼으며 주로 <가톨릭 소년>지에 발표했다 그가 남긴 시 119편 중 동시는 대략 30%에 이른다. 그의 동시는 연변지방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과 숭실중학 폐교로 다시 용정으로 돌아오면서 겪는 크고 작은 체험에 복합적 심리가 어우러진 서정은 정제된 토속성으로 표현된다
마틴 제이는 시각에 체제(regime)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눈앞에 보이는 자연적 현상에서 나아가 역사 사회 문화를 반영한 결과물이 시각성(visuality)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성은 특정한 시기에 주체와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과 하나가 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체제를 이룬다는 관점이다(⌜모더니티의 시각 체제들 2004⌟) 이에서 시각성이란 단지 시야에 들어오는 물리적 현상을 포함한 내면적 요소 즉 환경 체험 기억 당대 현실 등이 결합되어 상호 길항 작용을 한 결과이다
이러한 시각성은 사물에 대한 강한 인식과 지시된 시야를 가지면서 생리적 자각 능력에서 나아가 이성적 작용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근대 인식론으로 대표되는 데카르트 역시 형상은 정신 속에 존재하는 표상(representation)으로 본다 시각성은 생리적 과정인 동시에 자연 문화 역사를 아우른다 모더니즘 이후 상당히 의존성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사물이 언어로 표현될 때 그 사물은 이미 언어와는 별개로 존재하며 사물의 본질과는 무관한 실체로 재현되어 언어화된 다른 사물을 받아들인다
시각성을 따라가 보면 일상이나 주변의 사물들을 언어의 재현성을 빌어 시각적으로 바꾸는 힘이 나타나는데 이는 기억의 잔상이나 당대 현실을 반영한 매개물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동질화 경험을 이끌어 내거나 혹은 복잡한 상황을 시각화를 거쳐 독자에게 보다 명료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을 담는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환경에 좌우되는 시각성은 다른 감각과 분열되거나 복합체로 인식하거나 전이를 일으킨다 때문에 시의 감각적 요소들은 어떻게 감각적으로 수용이 되는지 당대 문화는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담기는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이에는 사회 역사 문화라는 매개 작용에 따라 시각화를 발현한다
시각과 시각성
시각이란 눈에 들어온 크기 모양 빛깔 원근감 등으로 인지되는 감각이며 시각성이란 시각을 감성적 지각상태로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시에서 시각은 감각적 체험에 따라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혹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심상을 언어로 재현하여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표현된다. 시각을 통해 표현되는 세상은 현실과 다를 뿐 아니라 현실도 아니다 그래서 이 시각성은 고유한 언어표현으로 형상화되고 다양한 체험과 상상을 구축하는데, 이러한 작가의 시각성은 독자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평화적 공존의 방식을 찾을 수 있으며, 또한 읽는 과정에서 개성적 세계관을 만들는 매개로 작용 한다.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하오.
⌜눈1⌟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람이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라미
달랑달랑
얼어요.
⌜겨울⌟
플라톤에 따르면 감각적 세계보다 더 실재하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적인 세계가 따로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이 있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가시적인 상황으로 바뀌어서 보게 되는데 그 빛이 현실에서는 선이다 이성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영혼의 눈으로 아는 존재와 인식의 원인이 선이라고 상정한다 또 그는 시각을 다른 감각보다도 우위에 놓고 정신에 가까운 감각으로 둔다
이 점이 그의 시가 독자를 어린이에만 국한해서 두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린이의 말과 생각 감정을 제재로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내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 읽힐 목적으로 감동과 운율을 더해 시각적 효과를 높여 짓기에 쉽고 단순한 시야를 확보하여 강한 전달력을 가진다
그의 시 ⌜눈1⌟ ⌜겨울⌟에서는 새하얗게 와서는(⌜눈1⌟)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람이(⌜겨울⌟)에서와 같이 화자의 눈에 보이는 풍경을 아이의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자연을 시각화하여 표현한다
반면 ⌜고향집⌟에서는 남쪽 하늘 저 밑이라고 하여 화자의 마음속에 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고향집을 가시화 한다 볼 수 없는 것과 과거의 추억까지도 함축한 폭넓은 고향의 추상적인 것까지 마치 눈앞에 펼쳐 놓은 정경처럼 묘사하는 광폭의 시각성을 드러낸다 이는 정신과 물질이 결부되는 한편 현실과 상상을 넘어서서 표현되기도 한다 이 특성은 시야가 확장되거나 거리가 확장되거나 의미가 확장 되는 경우로 나타나며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통해 영혼의 눈을 열어 또 다른 인식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