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상상 그 너머의 따스함

윤동주 동시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감각


바실리 칸딘스키는 생생한 색상의 분출을 이용하여 비시각적 반응을 일으키는 감각적 실험을 하였으며, 이를 응용해서 A.알렌포 랭보 같은 시인은 한 가지 유형의 감각지극이 다른 감각에 지각을 일으키는 공감각 효과를 시에 적용했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공감각 심상은 신선함 치열함을 지니는 한편, 강렬함과 사물에 대한 강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환기성을 지닌다. 이는 오감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오감을 넘어서는 의미의 확장성 갖기도 한다.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편지⌟


시각 청각촉각

비 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던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기왓장 내외⌟



⌜기왓장 내외⌟에서 기왓장이나 ⌜편지⌟에서의 편지는 구체적인 사물을 들어 그가 지닌 인상과 연상을 마음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과정에서 감각의 전이가 나타난다 이는 뚜렷하게 사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능을 하며 입체적 감각적 반응을 유도하며 동시에 시어의 탄력감과 긴축미를 부여한다 꼬부라진 잔등의 형상을 바탕으로 하는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청각적 표현과 비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시각적 표현되는가 하면 비 맞는 기왓장을 통해 비 냄새 비맞는 느낌 등이 바탕이 되는 촉각적 심상이 나타난다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에서도 시각적 심상과 촉각적 심상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편지⌟에서 화자는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어 누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읽을 수도 없는 누나에게 흰 눈 한줌을 봉투에 넣어 보내려는 부분에서는 흰 눈 시각성과 한줌 넣는 촉각성이 동시 공존하는 공감각적 심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자신이 스스로가 속한 집단 속에서 상호 작용을 통해 정체성을 구축하며 의사소통하는 관계를 습득한다 시의 화자가 누나를 대하는 태도는 바로 살아온 삶의 자세 태도 방식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자신이 속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꽂히는 점 그리고 평소에도 누나와의 원만한 관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밖에도 붉은 사과 한 개⌜사과⌟에서는 색채 명암을 ⌜버선본⌟에서는 가위로 오려 침 발라에서는 촉각적 심상이 버선본 만드는걸에서는 시각적 심상이 나타난다 ⌜조개껍질⌟에서는 아롱아롱이라는 시각과 주워온이라는 촉각적 심상이 드러나며 요-리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빗자루⌟에서는베면이라는 손이 가위에 닿는 느낌의 촉각적 심상이 저고리 되고’에서는 시각적 심상이 공존하는 공감각적 심상이 나타난다 주로 시각 청각 촉각으로 구체적 사물을 감각적 체험한 내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감각은 오관에 의해 사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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